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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TIEL

“정말 이걸 없애고 싶은 거 맞아?”

 “물론이죠.”

단호하게 대답하는 마법사의 표정이 사뭇 진지했다. 석연치 않은 몇 건의 살인 사건을 추적하던 형제는 소름 끼치도록 정확한 점괘를 내는 타로 카드에 붙들려 억지로 점을 보는 마법사와 마주치게 되었다.

 “점을 봐주지 않으면 나쁜 일이 생겨요. 평생 점이나 보면서 살 수는 없다고요.”

마법사는 점 봐주기를 거부한 사람들에게서 벌써 몇 번이나 살해 위협을 받은 뒤였다. 세 사람은 가능한 한 빨리 카드를 없애기로 했다.

 

샘이 의식에 필요한 재료를 가지러 간 사이, 딘은 혹시 마법사를 해치러 오는 사람이 있을까 싶어 문을 지키고 서 있었다. 타로 카드의 정확한 점괘에 목을 매는 사람 중 몇몇은 누군가 카드를 없애려 한다는 것만으로도 상대를 해치려 들 만큼 상태가 나빴다.

마법사가 팔짱을 낀 딘을 초조한 눈으로 힐끔댔다. 둘만 남게 된 딘과 마법사 사이로 어색한 침묵이 돌았다. 아무래도 마법사는 침묵을 불편해하는 타입인 듯했다. 이리저리 눈을 굴리던 마법사가 물었다.

 “짬 난 김에 점이라도 봐 드릴까요?”

딘은 코웃음을 쳤다.

 “왜요, 막상 없애려니 아까워요?”

 “그러진 않은 데……”

마법사는 손으로 카드를 안절부절 섞어댔다.

 “그러지 말고 아무거나 물어봐요. 이거 진짜 정확한데.”

사실 지루하기는 딘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통제되지 않는 마법의 위험을 잘 알고 있는 딘은 저 카드가 자기 삶을 들여다보도록 내버려 둘 생각이 없었다.

 “뭐…… 아무거나 해봐요. 연애 운?”

연애 운이라니. 딘은 자기 입에서 튀어나온 단어에 헛웃음을 짓고 말았다.

 “연애 운……”

마법사는 중얼대며 카드를 펼쳤다. 마법사의 눈짓을 받은 딘은 할 수 있는 만큼 무성의하게 카드 한 장을 골랐다. 카드를 뒤집자 난처하게도 악마 그림이 떡 하니 모습을 드러냈다. 그래, 악마와 윈체스터는 뗄래야 뗄 수 없는 조합이지. 딘이 비릿하게 웃었다.

 “악마랑 데이트라도 하라는 건가? 골 때리네.”

 “아뇨 그게 아니라-,”

마법사가 뭔가 설명하려는 찰나 샘이 때맞춰 모습을 드러냈다.

 “준비됐어.”

딘은 마법사의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사람을 몇이나 죽게 한 카드는 다른 평범한 카드처럼 손쉽게 불이 붙었다. 너무 허무하게 재가 되어버린 카드에 딘이 다 김이 샐 지경이었다.

 “끝?”

 “끝.”

마법사에게 감사 인사를 받은 형제는 짐을 정리해 그 자리를 떴다. 하지만 윈체스터의 혹시 나는 역시 나와 다를 바가 없었다. 너무 쉽다고 생각한 사건은 역시나 끝난 것이 아니었다. 딘에게 이상한 일이 생기기 시작했던 것은 그때 즈음부터였다.

 

 

다 마른빨래를 들고 방으로 돌아온 딘은 제 침대 위에 놓인 타로 카드를 발견했다. 며칠 전 불태웠던 카드를 알아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악마 카드가 거꾸로 놓인 채 놀리는 것처럼 딘을 쳐다보고 있었다. 딘은 찝찝한 얼굴로 카드를 집어 들고 샘의 방을 찾았다.

 “야! 설마 이거 네가 내 방에 둔 거냐?”

난데없이 눈앞에 들이 밀어진 악마 카드에 샘이 고개를 뒤로 뺐다.

 “아닌데.”

딘은 영 헷갈린다는 얼굴로 카드를 들여다봤다.

 “이 벙커에 너랑 나밖에 없는데 그럼……”

 “이거 그때 그 카드 아니야?”

카드를 살피던 샘의 말에 딘이 이마를 찡그렸다.

 “그걸 이제 알아봤냐? 그 징그럽게 정확하다던 타로 카드 맞아. 우리가 분명 의식까지 치러서 태워 없앴는데 도대체 어디서 튀어나온 거지?”

 “어쩐지 너무 쉽더라니, 제대로 처리했던 게 아니었나 봐. 그런데 왜 이 카드가 형을 따라다니는 거야?”

짚이는 곳이 있던 딘이 짜증스러운 한숨을 쉬었다.

 “네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심심풀이로 점을 봤는데, 그때 저 카드가 나왔어.”

 “와 악마 카드? 뭘 물어봤는데?”

 “그게 중요해?”

 “얘도 이유가 있어서 형을 따라다니는 걸 거 아냐.”

이리저리 눈을 굴리던 딘이 결국 뒤통수를 긁적였다.

 “연애 운 물어봤어.”

 “뭐?”

샘의 얼굴에 숨길 수 없는 웃음기가 서렸다.

 “이 상황에 웃음이 나오냐?”

 “딘 윈체스터가 타로점으로 연애 운을 본 것도 모자라서 형 연애가 앞으로 악마처럼 된다는데 내가 안 웃게 생겼어?”

 “악마랑 붙어먹은 건 내가 아니거든?”

딘의 말에 샘이 입맛이 뚝 떨어진 얼굴을 했다. 샘은 헛기침을 하며 말을 돌렸다.

 “어쨌든, 이게 왜 형을 따라다니는지는 알아봐야지.”

딘은 기다렸다는 듯 카드를 넘겨주고는 힘내라는 식으로 샘의 어깨를 툭툭 쳐줬다. 샘은 당당하게 제 방으로 사라지는 딘의 뒷모습을 보며 코웃음을 쳤다.

 

 

 “이게 이제 욕실까지 따라오네.”

딘이 머리에서 물을 뚝뚝 흘리며 샘 앞으로 타로 카드를 내밀었다. 샘은 한숨을 숨기지 못한 채 눅눅해진 악마 카드를 받아 들었다.

 “그 마법사한테 연락해봤는데, 그 사람 주변에서는 나타난 적이 없대.”

딘은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털었다.

 “그럼 이게 나만 쫓아다니는 거라고? 대체 왜?”

 “글쎄……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봤던 점괘를 되새기기라도 하나 보지.”

 “타로 카드의 유령이라고? 너 헌터 자격증 반납해라.”

샘은 책을 덮으며 몇 번째인지 모를 한숨을 쉬었다.

 “그럼 형이 뭐 조금이라도 그럴싸한 가설을 대봐. 책에도 언급된 내용이 없는 데다가 형을 해칠 생각도 없어 보이고…… 나도 뭐가 뭔지 모르겠어.”

딘은 미간을 찌푸린 채 카드 속 악마 그림과 눈싸움을 했다.

 “불만 있으면 말로 해.”

물론 물에 불어 쭈글쭈글해진 카드가 딘에게 말을 거는 일 따위는 없었다.

 

벙커의 일상을 느긋하게 방해하던 타로 카드가 갑자기 본격적으로 날뛰게 된 것은 벙커의 세 번째 거주자가 귀가하고 나서부터였다. 며칠 만에 벙커로 돌아온 카스티엘은 윈체스터 형제를 위한 음식 배달을 마다하지 않았다.

카스티엘은 포장된 음식을 딘의 코앞에 내려놓고도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천사는 음식물 섭취를 하지 않았지만 형제가 식사하는 동안 곁을 지키는 것은 좋아했다.

딘은 편히 먹게 된 따끈하고 맛있는 음식에 콧노래까지 흥얼댈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천사 특급으로 배달된 햄버거와 감자튀김에 신이 나 있던 딘의 기분을 잡치기에는 햄버거 재료 사이에 끼어있던 타로 카드만 한 것이 없었다.

 “아오 이런 개…… 네가 여기서 왜 튀어나와!”

딘은 소스와 기름기 범벅이 된 카드를 테이블 위에 내던지고 애지중지하는 손길로 햄버거를 다시 조립했다. 씩씩대면서도 햄버거를 크게 깨무는 딘의 모습에 카스티엘이 신중하게 미간을 좁혔다.

 “대체 무슨 일인 거냐.”

작게 웃은 샘이 제 몫의 감자튀김을 먹으며 말했다.

 “딘한테 타로 카드 유령이 붙었어.”

카스티엘이 눈을 가늘게 뜨자 샘이 고개를 저었다.

 “물어보지 마. 우리도 모르니까.”

 “그럼…… 아무런 해도 없는 건가?”

 “지금까지는.”

 “해가 없긴 왜 없어! 햄버거가 이렇게 됐는데!”

딘이 신경질을 냈지만 나머지 두 사람은 딱히 호응해주지 않았다. 딘은 툴툴대면서도 햄버거를 입안에 구겨 넣었다.

 

다음 날 아침, 방문을 연 딘은 문지방 앞에 떨어진 악마 카드와 또다시 눈이 마주쳤다. 뒤집힌 악마의 얼굴은 원래 그림보다 훨씬 비열해 보여서 딘의 신경을 조금이나마 긁어놓을 정도였다. 딘은 보란 듯이 카드를 밟고 방을 나섰다. 하지만 몇 걸음 뒤에 또다시 뒤집힌 악마 카드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딘은 짜증을 참지 못하고 카드를 꾹 지르밟았다. 다음 카드도, 그 다 다음 카드도.

바닥에 놓인 카드는 주방을 향하고 있었다. 카드 위를 걷던 딘은 카드 행렬의 끝에 서 있던 카스티엘과 마주서게 되었다.

 “안녕, 딘.”

카스티엘이 딘에게 아침 인사를 했다. 평소처럼 나긋한 천사의 목소리에 딘은 괜히 치솟았던 짜증이 허무하게 흐트러지는 느낌이 들었다. 딘은 바닥에 놓인 카드를 괜스레 발로 밀었다.

 “안녕 캐스. 혹시 커피 내려놨어?”

카스티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머그잔을 꺼내려 상체를 뻗었던 딘이 카스티엘과 어깨가 부딪친 것 정도는 사건이라고 부를 수도 없는 일상적이고 사소한 일이었다. 낯선 것이라고는 딘이 닿자마자 폭죽이라도 터지듯 카스티엘의 코트에서 쏟아진 타로 카드뿐이었다. 커피 한 모금 없이도 잠이 홀딱 깬 딘은 천사의 코트에서 털어도 털어도 떨어지는 카드에 결국 화를 내고 말았다.

 “연애 운 한 번 봤다고 어떻게 이딴 일이 생겨?”

 “연애 운?”

카스티엘이 확인이라도 하듯 물었다. 딘이 욕설 같은 말투로 소리쳤다.

 “그래! 연애 운! 이렇게 미친 듯이 줄줄 새는 악마 떼가 내 연애 운이래! 그거만 해도 어이없는데 이렇게 꽁무니를 쫓아다니면서 계속 귀찮게 해? 타로 유령인지 나발인지 어디 걸리기만 해봐! 다시는 얼씬도 못 하게 조져놓을 거니까!”

타로 유령에게 귀가 있다면 딘의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을 으름장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타로 유령은 귀가 없는 모양이었다.

 

카드의 만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나란히 서 있던 카스티엘과 딘의 발치로 주르르 쏟아지기도 했고 아니면 자기가 꽃잎이라도 되는 양 두 사람의 머리 위에 팔랑팔랑 뿌려진 날도 있었다. 어쨌건 카스티엘과 딘이 같이 있는 곳이라면 어김없이 악마 카드도 함께 들이 부어져서, 벙커의 난방은 악마 카드를 불태우는 것만으로도 섭섭지 않게 해결할 수 있을 정도였다. 견디다 못한 딘은 결국 타로 카드에 붙잡혔던 마법사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타로 카드한테 스토킹을 당한다고요?

 “그걸 꼭 다시 읊어야겠어요?”

 -미안합니다. 그런데 물어보셔도 이유를 모르겠어요. 지금까지는 그런 일이 없었거든요.

딘이 끙하고 앓는 소리를 냈다.

 “제발 생각 좀 해봐요. 당신만큼 그 카드를 아는 사람도 없으니까.”

제법 진지한 호소에 마법사는 생각에 잠긴 듯 말이 없었다. 한참을 고민하던 마법사가 조심스레 말했다.

 -그 카드는 점치는 걸 엄청나게 좋아했거든요. 만약, 만약 카드의 유령이 당신을 따라다닌다면, 그건 자기가 마지막으로 친 점을 당신이 제대로 듣지 않아서 일 거에요.

 “악마 카드를 뭐 다르게 해석할 필요가 있어요?”

딘의 말에 마법사가 어이쿠 하고 웃었다.

 -그래서 그 녀석이 그쪽을 따라다녔군요! 그 카드는 악마가 아니었어요.

 “지금 장난칩니까? 그게 악마가 아니면, 그럼 뭐-,”

 -뒤집힌 악마는 악마가 아니에요. 뒤집힌 카드는 카드에 원래 그려진 것의 정 반대를 의미하거든요.

딘은 할 말을 잃었다.

 -그래서 당신의 연애 운을 말해주는 카드는 악마가 아니라…… 여보세요, 딘! 듣고 있어요?

딘은 인사도 하지 않고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날만 한데도 이상하리만치 작은 실소조차 나오지 않았다. 딘은 멍하니 휴대전화만 만지작거렸다.

그때, 멍하니 앉아 있던 딘의 뒤로 촤르륵 하고 카드 쏟아지는 소리가 들렸다. 뒤를 돌아보니 넓게 퍼진 카드 더미 앞에 망연자실하게 서 있는 카스티엘의 모습이 보였다. 천사의 발치에 쏟아진 카드 더미는 망측하게도 카스티엘쪽을 향한 화살표처럼 보였다. 아님 하트라던지-, 딘은 마른침과 숨을 동시에 삼켰다. 천사가 인사처럼 그의 이름을 불렀다.

 “딘.”

 “…캐스.”

묘한 침묵이었다. 말없이 테이블만 매만지던 딘이 마침내 카스티엘에게 말했다.

 “뒤집힌 카드는 원래 카드의 정반대 뜻이래.”

천사는 알고 있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해석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

딘은 다시 테이블 모서리를 만지작거렸다.

 “그럼 뒤집힌 악마 카드는 어떤 의미일 것 같아?”

 “어려운 질문이다. 타로 카드의 의미는 딱 잘라 말하기 어렵다.”

카스티엘의 진지한 대답은 딘을 웃게 하기 충분했다.

 “그러시겠죠, 천사 양반.”

카스티엘은 킬킬대며 웃는 딘의 모습을 외우기라도 할 것처럼 찬찬히 바라봤다. 뒤집힌 악마 카드를 넘어 딘에게 다가온 카스티엘은 딘의 앞에 작은 봉투를 내밀었다.

 “뭐야?”

딘이 봉투를 받아 들며 물었다. 천사는 어떤 대답도 하지 않았지만 딘은 달콤한 향기와 무게만으로도 그것이 자기가 좋아하는 가게의 사과 파이인 것을 알아차렸다.

 “이거 사러 다녀온 거야? 고마워.”

딘은 신나게 파이 포장을 풀었다. 딘이 파이를 먹는 동안 카스티엘은 조용히 딘의 곁을 지켰다. 타로 카드에 그려진 악마도 함께 있는 두 사람을 보며 작은 미소를 지었다.

 

어느, 좋은 날의 한때였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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