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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은 나의 것

DESTIEL

 

천국이 어디에 있는지, 혹은 어디에 있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딘이 생각하기엔 이곳은 아니라고 확신한다. 카스티엘이 생각하기엔,,,, 누구도 그에게 묻지 않음으로. 아무도 모른다. 딘은 담뱃갑을 제대로 버려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자꾸 쌓아두곤 했다. 테이블 위는 그가 담배를 피운 흔적으로 엉망진창이다. 쓰레기통은 이미 꽉 차 있었다.

 

“이거 버려야 할 것 같다, 딘.”

카스티엘이 말한다

“나도 알아.”

딘이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그는 괜히 옆에 제멋대로 놓여진 책 더미를 두드려본다. 카스티엘에게 읽혀지기 위해 자리 잡은 것들은 딘이 아버지에게 받은 카드로 산 것이다. 존 윈체스터의 멋들어진 서명을 따라하는 것은 아주 쉬웠다. 딘은 종종 아버지의 카드로 그가 하지 않을법한 짓(예컨대, 새미같이 계집애처럼 구는 애들이나 할법한 짓)을 하곤 했다. 지금처럼 그에겐 필요도 없는 책을 사거나, 색색으로 햇살에 반짝거리는 꽃, 발에 딱 맞게 양가죽으로 만든 구두, 달고 부드럽게 입안에서 녹아내리는 사탕, 같은 것들. 필요 없는 것들을 사는 것은 카스티엘의 손에 쥐여주기 위함이 아니다. 아마도.

 

마구잡이로 두들기자 카스티엘이 힐끔 쳐다본다. 새빨간 색의 두꺼운 표지는 보기만 해도 징그러운데, 카스티엘은 이게 뭐가 좋은지 서점에서 집으로 오는 내내 품에 안고 히죽거렸다. 나머지 책들은 딘의 양손에 들려있어 존나게 무거웠는데도 말이다. 불타오르는 빨강. 아버지. 돈. 아버지의 돈으로 만들어진 이 집안의 대부분의 망할 것들.

 

 

“난 이거 제대로 이해를 못할 거야. 잘 알잖나?”/“아, 씨발. 좀.”

 

카스티엘이 음울하게 말했고, 딘은 고개를 저었다. 멍청한 천사자식아, 이건 네 거라고. 씨발, 좀.

 

카스티엘이 움직일 때마다 오래된 나무 바닥이 삐걱거리고 먼지가 풀썩 날린다. 딘은 그것을 볼 수 있고, 담배 한 대를 마저 피운다.

 

“너도 피울래? 기분 좋아진다 이거.”

 

딘은 말을 마친 뒤 담배연기를 카스티엘에게 후 불었고 카스티엘의 얼굴 위로 자욱이 연기가 퍼졌다. 그리곤, 담배를 허공에 흔들었고 그에 따라 담뱃재가 바닥에 떨어졌다.

 

“....”

“너 이럴 때마다 꼭 새미같은 표정 짓더라.”

“.....집에 갈 시간이야, 딘.”

“왜, 네 날개로 날아서 가려고?”

 

집? 거기가 네 집이야? 딘이 빈정거리며 말했다. 카스티엘이 돌아서자, 딘은 그의 손을 잡으려 했으나 소용없이 허공을 휘저을 뿐이다. 가지 말라고, 씨발! 외침은 가슴 깊은 데서 밀려오는 아픔으로 인한 콜록거림에 파묻히고, 카스티엘은 침묵한다. 늘 그렇듯.

 

카스티엘이 막 윈체스터 하우스로 돌아왔을 땐 시계가 새벽 세 시를 막 가리킬 참이었다. 적막한 현관을 지나 종일 정신없었을 거실로, 복도로, 샘의 방을 지나 카스티엘에게 마련된 방으로 향하기 직전에. 어두운 복도에서 시계 속의 형광도료가 희미하게 빛났다. 샘이 그의 방에 켜놓은 TV를 제외한다면 집안에서 가장 밝았다. 카스티엘은 고개를 올려다봤고, 존 윈체스터의 서재에는 아직도 불이 켜져 있어 문 사이로 빛이 새어 나왔다. 정정. 세 번째로 밝다. 시곗바늘이 움직이는 사이로 TV 소리가 끼어들었다. 딘이 시계에서 방사능이 나올 거라고 그랬는데. 카스티엘은 그게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다. 그걸 맞으면 천국으로 가는 면죄부에 도움이 될까?: 방사능을 맞은 카스티엘! 그랬다간 딘이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그가 좋아하지 않을 일을 굳이 할 필요는 없었다. 넌 좋은 사람이야, 딘. 내가 그런 사람이 아니듯이 말이야. 카스티엘은 생각했다.

 

샘의 방에 놓여진 TV는 매우 컸다. 카스티엘이 양팔을 넓게 펴도 한참이나 모자랐다. 딘의 작은 집에 있는 TV는 아주 작았는데. 딘이 일하는 라이브 홀에서 버린 걸 주워와 쓰고 있었지만 딘은 새것을 살 의향이 없었다. 크기보다는 화면이 나오는 것으로도 충분했다. 아버지에게 말하면 훨씬 더 큰 TV를 가질 수도 있었겠지만, 딘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딘은 아버지를 당장이라도 총으로 쏴버리고 싶을 정도는 아니어도, 같은 집에서 사는 건 싫어했다. 그건 동일한 의미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딘은 아버지의 돈으로 ‘집’을 나와 정반대의 장소에 새로운 ‘집’을 얻어 지낸다. 같은 곳이라 발음하기엔 딘에게 새로 주어진 것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고. 존 윈체스터의 카드를 손에 쥐고 말하기엔 별 의미가 없지만, 적어도 딘은 그 이후의 삶은 제 스스로 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집세만 빼고. 씨발. 어떻게 된 게 런던 한가운데 있는 집도 아니면서 망할 놈의 집세가 존나게 높아. 그러니까 이건 어쩔 수 없어. 대신 돈벌이는 알아서,,, 아니, 잠깐. 내가 존 씨발 윈체스터 아들이라서가 아니고 얼굴도 잘빠지고 노래도 끝내줘서 뽑은 거라고 했었는데. 이 개새끼가 날 속였나? 아닌데. 내 노래는 끝내주는데. 네가 듣기에도 그렇지? 라고 딘은 종종, 거의, 대부분, 매일, 투덜거렸다. 카스티엘은 말했다. 그래, 딘. 네 노래는 끝내줘. 그러면 딘은.....

“왜 이제 와요.”

 

카스티엘이 방문 너머의 TV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을 무렵 샘이 물었다. TV는 카스티엘이 처음 보는 채널이었고, 많은 사람이 나와 낄낄거리며 웃고 있었다. 카스티엘은 시선을 돌린다.

 

“딘이랑...”/“이 시간까지 형이랑 섹스했어요?”

 

샘이 말했다. 그의 앞에는 팝콘과 신문, 손도 대지 않은 맥주와 피자 박스가 정갈히 놓인 테이블이 있다. 저걸 치우는 게 좋을 텐데. 카스티엘은 생각했다.

 

“..왜 그렇게 물어봐?”/“아니면 말지 왜 정색을 해요?”

 

샘이 말했고 그는 카스티엘을 머리부터 쭉 훑어보다가 들어오라는 듯이 손짓했다.

 

“늦었으니까 자요, 침대 정리해놨어요.”

“아니, 내 방에서 잘 거야. 샘.”

“형한테는 말 안 할게요.”

샘이 다급하게 말을 이었다.

“그게 딘이랑 무슨 상관이야?”
카스티엘이 고개를 기울였다.

“그건...”

“...”

“알았어요. 잘 자요. 캐스. 내일 형한테 일찍 가려면 지금 자야 해요.”

 

 

 

샘이 느릿하게 말하며 손을 부드럽게 흔들었고, 카스티엘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방에서 시선을 돌린다. 샘은 그의 뒤를 끈질긴 시선으로 쫓았다. 샘이 딘과 카스티엘에게 관심을 가진 이유: 그의 눈이 닿는 곳에서 사람들이 키스하던 섹스를 하던 관심 가질 일이 아니지만, 손 한번 안 잡고 서로 쳐다보기만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매우 이상한 일이었다. 수십 번 집을 들락날락할 때마다 이곳저곳에서 그러는 것을 본 것 같다고 생각하며, 샘은 아닌 척 그들이 무슨 관계인지 관심을 쏟는다.

 

그리곤, 조금 전 일처럼 생생한 날을 떠올리고. 샘은 자기 위에 올라타 허겁지겁 단추를 풀며 형의 이름을 부르는 소년을 쳐다본다. 아니야, 나는 그저. 캐스가 형이랑 술 마시고 들어온 거 같아서. 아버지에게 들키면 좋게 생각하지 않으실 테니까. 말하려고 했었는데. 샘은 그 말들을 삼켜버린다. 다짜고짜 입술부터 들이미는 것에 생각이 막히고. 소년이 물기 어린 눈으로 계속 쳐다보자 샘은 더 이상은 모르겠다는 듯이 술 냄새가 풀풀 풍기는 셔츠 아랫단을 움켜쥐고, 밑에서부터 천천히 풀어올리기 시작했었다. 카스티엘은 기억하지 않는 것 같지만. 그래도, 샘은.

 

카스티엘은 복도를 길게 걸어 비어있는 딘의 방(딘이 열아홉 이후로 한 번도 발을 들이지 않은)을 지나서. 단순히 방과 방이라고 말하기엔 거의 정반대에 있었지만, 카스티엘이 한참 뒤에 침대 위로 기어 올라가 눕고, 이불을 덮고 잠에 빠져드는 순간까지도 저 너머의 방문이 닫히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밖에 비 존나 온다, 멍청한 천사자식아.”

 

딘이 막 잠에서 깬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딘의 새로운 집. 카스티엘이 아침 일찍부터 기어나가 창문틀에 끼워진 열쇠를 끄집어내 문을 열었을 때, 그는 술에 절여져 침대와 한 몸이 된 채 웅크리고 있었다. 카스티엘은 조용히 옆으로 다가가 어제 읽던 책을 집어 들었다. 그리곤, 알람도 맞추지 않은 일요일 점심, 딘이 다시 깬 것은 순전히 창문을 때리는 빗소리 때문이었다. 작게 열린 창문 너머로 도시 가득 비가 쏟아지고 있다.

 

“아, 일부러 조금 열어둔 거다.”

“왜?”

“소리를 들으려고..”

 

카스티엘이 중얼거렸다. 빗소리가 듣고 싶다고? 카스티엘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딘이 그를 올려다봤을 때 카스티엘은 벽에 기댄 채 무릎에 책을 올려놓곤 책장을 느릿하게 펄럭거리고 있었다. 마음에 드는 장면이 나오고 있는지 그는 책에 고개를 푹 처박고 몰두해있었고, 딘은 다시금 잠에 빠져들기 위해 카스티엘의 무릎에 기댄다.

 

“딘, 추운가?”

“아니.”

 

네가 따듯하네. 딘이 이불안으로 파고들며 웅얼거렸고 곧이어 카스티엘의 옆으로 이불이 작게 원형을 이뤘다. 카스티엘은 책을 잠시 내려놓고 멜로디에 맞춰 이불 위를 부드럽게 두드렸다. 딘 윈체스터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 그가 고른 숨소리밖에 내지 않을 무렵 카스티엘은 다시 책을 손에 쥐었고, 딘이 깨어나기 전에는 이야기가 완성될 것이다.

딘이 다시 잠에서 깼을 땐 창밖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비가 아직도 오나? 그는 확인하기 위해 눈을 게슴츠레하게 떴고 창문 위로 드문드문 빗방울이 굴러떨어져 내려가는 거로 볼 때 비가 그친 지 얼마 되지 않아보였다. 여전히 잠에 취해 반쯤 뜬 눈: 6일 내내 라이브 홀에서 공연과 잡일을 하며 목소리를 낸 피로함은 쉽사리 가시질 않는다.

 

“캐스?”

 

기지개를 켜며 일어났을 때 딘은 그가 침대를 어느새 전부 쓰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카스티엘을 찾으려 그를 불렀다. 그리곤 침대아래에 기대있는 카스티엘을 발견한다. 책은 카스티엘의 옆에 얌전히 놓여있고 앉은 채로 잠들어있다: 딘이 잠결에 침대를 꽉 채우고 누웠으니 차마 밀어낼 수는 없었을 것이다. 딘은 스스로 상스러운 욕을 해대며 카스티엘을 뒤에서 번쩍 안아 끌어올렸고, 카스티엘은 금방 잠에서 깨 화들짝 놀라며 움찔거렸다.

 

“멍청한 천사 새끼야. 왜 바닥에서 처자고 지랄이야?”

 

딘이 툴툴거렸다. 카스티엘은 허우적거리다 딘의 목소리에 그를 올려다보고 다시 눈을 감았다. 대답할 겨를도 없이 잠에 취한 모양이었다. 딘은 그를 끌어올려 옆에 눕히곤 이불을 마저 덮어준다. 둘이 누웠을 때 가장 완벽한 침대. 부드럽게 바스락거리는 감촉의 흰색 이불이 둘을 감싸고 딘은 그의 옆에 눕혀진 카스티엘에게 바짝 기대 눕는다. 빗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고 방안은 고요하다.

 

딘은 종종 카스티엘의 등을 보고 있으면 아득해져 왔다. 그가 이야기를 읽는 것에 몰두하는 게 싫은 건 아니었다. 이후에 뭘 읽고 생각했는지 말해주는 게 좋으니까. 다른 사람이 그걸 듣는다고 생각하면 목 뒤부터 싸늘하게 식어 내려가는 감각이 그것을 증명한다. (이건 다 내거야. 딘이 속으로 으르렁거렸다) 그것과는 별개로, 성경이나 그 비스무리한. 아무튼 천사가 어쩌고 하는 얘기가 나오는 책만 닥치는 대로 읽는 카스티엘을 보고 있으면 딘은 두려워져 온다. 타고나기를 엉망진창으로 태어난 카스티엘. 그의 아버지와 형제들이, 노박 가문의 모두가 미쳐있다는 건 도시의 갓 태어난 강아지도 아는 사실이었다.

굳이 남에게 묻지 않아도, 자기가 신이라고 주장하고 자식들이 천사니까 예언이 어쩌고 하는 걸 누가 제정신으로 보겠어? 어머니는 강에 던져져서 죽었다지. 아니, 달궈진 오븐 안에 머리를 처박았다던가? 마녀로 몰려서 불타 죽었다던데? 소문은 무성했는데 대부분은 웃기지도 않는 것이었지만, 카스티엘은 딱히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았다. 지금보다 좀 더 어릴 때 딘이 멍청하게도 캐물었을 때를 제외하곤. 우리 엄마?/응. 캐스. 너네 어머니는 어디 계셔?/...딘. 있잖나./ 슬픔에 읽는 것이 아니라 그냥 그런 것만을 무의식적으로 찾는 것을 알면서도 딘은 불안하고, 그가 또 발작할까 봐 무서움을 마음속으로 감추게 된다.

 

“재밌네, 이거.”

“.....정말?”

 

딘이 그 대목을 손가락으로 짚으며 말하자, 카스티엘이 재빠르게 고개를 들며 희미하게 입꼬리를 올린다. 아, 씨발. 다 좆까라. 쟤가 웃는데 그게 다 무슨 소용이겠어? 딘은 생각한다. 내 천사는 안 죽을거고 쟤는 이야기 읽는 걸 존나게 즐거워한다고.

 

“아주 완벽해. 멍청한 천사 새끼야!”

 

이제 씨발 내가 노래만 더 존나게 잘 부르면 우리는 아무 문제없다 이 말이지! 딘이 크게 소리 지르며 카스티엘의 머리를 마구 헤집었다. 이윽고 딘이 손을 떼자 카스티엘은 사방팔방으로 흐트러진 머리를 정리해보려 애쓰다 한숨을 푹 쉬고 그만두었다.

 

책 더미를 옮길 때 카스티엘은 왼쪽 손목이 아릿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며칠 전 그은 것이 여전히 활활 타오르는 것처럼 열을 머금고 있는 게 느껴졌다. 죽으려고 한 짓이 살아가는 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었다. 지금처럼 손목을 긋거나 혹은 목을 맸을 때 딘에게 발견된 게 행운이었다고 바비는 말했지만 카스티엘에겐 새로운 불행에 불과했다. 그 뒤로 온 도시에 소문이 나게 병원에 실려 갔다며 아버지에게 죽어라 맞았기 때문에. 어젯밤도 엉망으로 맞은 부위가 시큰거려오는 거 같아 그걸 잊으려 카스티엘은 손목을 세게 눌렀고 아. 하는 소리가 입 밖으로 새어 나왔다.

 

“아, 씨발 새끼야! 왜 만져, 그걸!!!!”

 

카스티엘이 소리를 내기가 무섭게 딘이 쳐다보곤 소리 질렀다. 그는 다짜고짜 카스티엘의 왼쪽 손목을 잡아채 소매 끝을 걷었고 재빠르게 풀리는 붕대 사이로 세로로 길게 나 있는 상처와 피가 말라붙은 것이 군데군데 보였다

 

“딘.”

“왜!”

“네가 계속 만지면 지금보다 더 아플 거 같아.”

 

카스티엘이 말했다. “넌 씨발 존나 더 아파야 해. 알아? 개새끼야!” 딘이 소리 질렀다. “너..네가..씨발,진짜...”

 

“.....”

 

나는 더 아파야 한다고? 카스티엘의 아버지가 늘 주문처럼 외던 것에 가까웠으니 잘 안다고 대답하려 했지만, 딘이 말하는 것은 왠지 다르게 느껴졌던 탓은 그의 침울해 보이는 표정 때문일지도 몰랐다. 아버지는 그런 표정을 지은 적이 없다. 카스티엘은 말없이 딘이 다시 손목의 붕대를 감는 것을 본다. 다른 건 서툴어도 보고 배운 게 있어 붕대 감는 건 수준급이라고 딘이 말했던 적이 있었는데, 정말 그랬다. 자국난 피가 보이지 않게 깔끔하게 붕대가 묶이자 카스티엘은 팔목을 두어 번 흔들었다: 딘은 여전히 카스티엘을 노려보고 있었으나 그의 손길은 다정하기 짝이 없었다.

 

“너. 한 번만 더 손목 그으면 뒈질 줄 알아. 바비가 그러는데 이 좆같은 병원엔 피도 없어서 너 실려 올 때마다... 씨발, 이게 중요한 게 아니야! 씨발! 진짜! 개 같은 도시 같으니!”

 

딘이 펄쩍펄쩍 뛰며 그르렁 거렸다.

 

“망할 너네 아버지한테 가는 거 좀 집어치워.”

“.....”

“여기서 나랑 살면 되잖아. 아니면 우리, 아, 씨발, 그래. 우리 집에서 새미랑 우리 가족들이랑 살아도 되잖아. 왜 자꾸 거길 기어들어 가?”

“딘, 언제까지고 계속...”

“멍청한 천사 새끼야. 대답 제대로 안 하냐?”

“..그래.”

“씨발. 다음에도 병원 실려 가면 곧장 영안실로 보낸다. 개새끼야.”

 

누구를? 카스티엘은 궁금했지만 굳이 묻지는 않았다. 딘이 인상을 쓰며 엄포를 놓았기 때문에, 카스티엘은 앞일은 모르겠지만 일단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딘이 원하면 그는 언제든 윈체스터 하우스로 갈 수 있다. 그러나 그날 이후: 대부분의 날 동안 딘은 그쪽을 쳐다보지도 않는다. 그 집의 호수와 숲 너머는 더더욱. 지금처럼 술에 잔뜩 취한 날을 제외하고서는. 일 년에 수십 일을 알코올에 절여져 있다지만 오늘은 머릿속이 너무도 시끄러워 어쩔 수가 없었다. 그의 망할 천사는 종종 딘의 머릿속에서 떠들곤 했고(나는 주님의 천사가 되어야 한다, 딘.) 딘은 견딜 수 없이 시끄러웠다.

 

“아, 씨발. 알았다고.. 알았어. 좀..”

 

딘은 호수 옆에 주저앉아서 허공을 노려본다. 담배와 맥주병을 쥐고서, 마치 그 밑에 지금 순간을 해결할 수 있는 어떤 게 존재하고 있는 것처럼. 바람을 맞고 있어서 그런지 온몸이 으슬으슬했고 입김마저 나오는듯했다. 떨리는 손으로 담배를 고쳐 물고 연기를 내뱉고 나면, 흐릿한 시야 너머로 물이 출렁이는 소리와 숲 너머의 어두컴컴함이 비춰진다. 카스티엘이 말한다. 딘, 내가 언젠가는 천사가 되서 올 테니까. 맞나? 그 새끼가 그렇게 길게 말 한 적이 있었던가? 기억은 불확실함에도, 딘이 기억하고 있는 캐스는 교회 지붕 위에서 뛰어내리지 않았다. 그럼 나는 여기에 왜 왔지? 그는 지금 쓸데없는 짓을 하고 있는 셈이었다.

 

카스티엘이 자살시도를 해서 병원에 실려 갔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딘은 맥주박스를 힘겹게 나르고 있었다. 처마시지도 못할 맥주를 나르는 것도 좆같아 죽겠는데 씨발 멍청한 천사 새끼는 또 뒈진다고. 차라리 지금 당장 뒈지고 싶은 것은 딘이었다. 라이브 홀로 걸려온 전화는 늘 그렇듯 전화기와 전화기를 통해 딘에게 전해졌고 맥주 박스들의 무덤에서 딘을 벗어나게 해줬다. 씨발, 이거 하난 고맙네. 병원으로 갔을 때 제일 먼저 마주친 것은 역시나 바비였고. 그는 화를 내며 길길이 날뛰는 딘을 동정의 눈빛으로 보고 있다. 당연히도 그렇겠지. 이 하급 노동자의 차림을 보라! 카스티엘은 다행히도 괜찮단다, 딘./그렇군요. 고마워요, 바비. (그 새끼의 아버지는 대체 씨발 언제쯤 뒈질까요?)

 

카스티엘은 병실 침대 위에서 늘 그렇듯 멍청히 누워있었고, 딘은 그의 왼쪽 손목에 감긴 붕대를 힐끔 봤다. 아, 씨발. 멍청한 천사새끼야. 병원 카운터에서 자살 시도를 하는 새끼가 세상에 어딨냐?

 

“.....”

“어디 있긴 여기 있네. 개 씨발 새끼야, 안 그래?!”

 

딘은 소리쳤고 카스티엘은 ‘늘 그렇듯’ 대답하지 않지만 그는 저 작은 머리통이 쉴 새 없이 굴러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바비가 너 감시하랬어, 개새끼야. 무슨 말인지 알아들어? 하긴 알아들었으면 네가 여기 있질 않겠지. 씨발, 여기에 자리 잡으신 주님께서 감사와 기도의 돈다발이 존나게 부족하셨냐? 너네 가족들은 씨발 왜 하나같이 그 모양으로 그러는 거냐? 어? 멍청한 천사새끼야?”

“.....바비가 나 감시하래?”

“자기가 진료하러 자리 비운사이에 네가 너네 아버지한테 처맞고 뒈질까 봐 그런가 보지.”

“아니야. 오늘은.. 내가 내 의지대로 한 게 주님의 뜻이랑은 달라서 그랬대.....”

“지랄한다, 등신새끼야. 그게 지루해서 매번 칼 들고 설치냐? 제발, 좀.”

 

딘은 더 이상 듣기 싫다는 듯이 의자 안으로 몸을 깊숙이 파묻었다. 애초에 대답 따윈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카스티엘은 늘 제멋대로였으므로. 이미 침대 위에 사지를 늘어트리곤 눈을 감은 채 자기만의 생각에 빠져있었다. 저 미친 새끼와 언제까지 병원을 들락날락 해야 하는 건지 생각해보지만, 라이브 홀에서 아무 일도 안하고 돈을 받을 수 있는 기회는 드물다. 딘은 마치 잠에 빠져 든 것 같은 카스티엘을 노려보다 길게 뻗은 목과 그 아래의 쇄골이 도드라져 보이는 것을 발견한다. 그리곤 아래위로 조금 올라간 와이셔츠와 그 밑의 허벅지를.

 

“아, 씨발. 진짜...”

 

딘은 눈을 질끈 감고 나지막이 말한다. 어떤 희망도 없는 사이에 찾아온 겨울은 혹독하다.

 

“영원히,, 나의,,”

 

카스티엘이 잠에서 깼을 땐 이미 새벽에 가까운 밤이었다. 딘은 이미 자리를 비우고 텅 빈 병실 한가운데 카스티엘만이 멍하게 있었다. 혼자 이곳을 차지하고 있다는 게 존 윈체스터의 오랜 동료이자 딘의 친구나 다름없는 바비 덕이었다. 여러모로 그는 웃음이 나올 수 밖에 없었는데, 상황을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 딘은 카스티엘이 깰 때까지 안가겠다고 고집을 피우다 바비에게 머리를 둥당둥당 맞고 툴툴거리며 집으로 뛰어갔을 것이다.(내가 없을 때 쟤가 죽으면 나보고 어떻게 하라고 그렇게 말해요?/딘은 바비에게 징징거렸지만, 바비는 상처가 당장 죽을 정도로 깊지도 않은 데다, 사람들 시선이 집중된 것만 아니었으면 당장에 둘 다 집에 보냈을 거라고 말하며 딘을 병원 밖으로 내쫓았다.) 침대 끝에 던져지듯이 놓여 있는 가방. 그 안에 들어있던 책을 펼쳐놓은 채로 카스티엘은 중얼거린다. 종이를 건드리는 손가락은 느릿하고 입안에서 흘러나오는 멜로디는 그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멜로디.

 

 

“연인이,, 되겠다고, 말해줘요,,”

 

말해줘요. 카스티엘은 속삭였다. 말해줘. 그러나 절대로 그렇게 해주지 않을 것임을 알기에 카스티엘은 단어 몇 개를 더 웅얼거리다가 연필로 책에 뭔가를 표시하곤 책을 덮었다. 딘이 들었다간 분명 토할 거 같으니까 씨발 존나 집어치우라고 소리 지르겠지? 그래, 그럴 거다. 또 다른 이야기가 한 권 더 있었다. 양과 천사에 관한 이야기. 이건 잘 읽어줄까?

ㅡ양은 마침내 천사를 찾아냈습니다. 그 지옥 같은 곳에서 헤매던 끝에 말이죠. 양털 믹서기에 뛰어들 용기가 없는 것이 다행이라 여긴 순간이었습니다. 첫눈에 반했지만 천사도 그와 같으리라곤 보장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상관없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마음이 그러하다고 고백할 수는 없었습니다. 날개를 꺾어 자신과 같은 처지로 만들 수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날개 가없어도 그는 영원히 양의 천사일 것입니다. 숨이 막힐 것만 같은 이 느낌은 천국에 있는 기분이죠. 그가 지상에 내려왔을 때, 안배된 베슬의 이름이 카스티엘이었으므로.

그는 카스티엘이라고 자신을 부르기로 결정했다. 이전의 이름은 여전히 기억나지만, 썩 마음에 들지 않았기때문에 베슬의 이름을 훔쳤다. 같이 아버지가 창조했지만 더 사랑을 받는 인간들이 부럽거나 혹은 질투이거나. 그게 나쁜짓 이라는 것은 알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카스티엘은 그렇게 창조된 것에 불과했으므로, 딘에게 느끼는 감정도 아마 그와 비슷하겠지.

 

 

 

 

 

 

 

“안녕, 딘.”

“멍청한 천사 새끼, 왔냐?”

 

카스티엘이 라이브 홀로 들어서서 두리번거리자, 딘이 맥주 두 캔을 들고 어디에선가 달려왔다. 이미 몇 차례의 공연과 연습이 있었는지 조금 땀에 젖어있었지만 그게 딘을 조금 더 멋있다고 느끼게 해줬다. 딘이 저 멀리서부터 성큼성큼 걸어올 때마다 사람들이 힐긋 곁눈질 해대곤 했다. 그는 매번 카스티엘을 멍청한 천사 새끼라고 불렀다. 그는 세 가지 이름을 가진 셈이 되었고, 한번은 카스티엘이 이유를 물었다.

 

‘그걸 왜 나한테 물어? 그것도 모르는 멍청한 천사 새끼야!’/‘그래?’

 

딘이 너무 당당하게 대답하는 것에 카스티엘은 저도 모르게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딘은 카스티엘이 거의 다 비운 맥주캔을 내려다보며 담배가 간절히 피고 싶었으나, 여기서 불이라도 붙이는 순간 매니저가 나타나 그의 머리통을 후려갈기고 쫓아낼 게 분명함에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야, 멍청한 천사새끼야. 다 마셨으면 가서 담배 한 대 피고오자.”

“.....난 여기있을게, 갔다 와.”

 

딘은 헛소리 말라는 듯이 카스티엘을 툭 친뒤 담뱃갑을 들고 부리나케 뒷문으로 뛰어갔고, 카스티엘은 그 뒤를 말없이 따라갔다.

 

“와, 이 새끼들 연습 존나 오래 해. 나 오늘 처음 밖으로 나왔다고.”

“어쩔 수 없겠지. 널 보려고 사람들이 많이 오잖나.”

“어, 뭐, 아냐. 하긴, 씨발. 이 정도는 해야 나 정도 급의 보컬이랑 수준이 맞긴 하지.”

딘이 으스대듯이 말한 후 주저앉아 담배를 집어들고 집에 물었고, 카스티엘은 주머니에 있던 라이터를 얼른 들어 딘의 담배에 불을 붙인다. 그가 호흡을 들이 쉬고 내쉴 때마다 뿌연 담배 연기와 씁쓸한 향이 뒷골목 가득 퍼진다.

 

“그래도 돈 많이 버니까..”

카스티엘이 중얼거렸다.

“돈, 돈 좋지! 씨발, 아주 존나게 좋아 뒈지겠네! 안 굶는다고 돈 많이 버는 게 아냐. 우리 아버지 한 달 수입이 얼만 줄 아냐? 그만큼은 해 먹어야 존나게 많이 번다고 할수 있는 거야.”

 

한 모금 들이 내쉬고 난 후 딘은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왼손으로 집어 머리 위로 올리곤 흔들어댔고, 카스티엘은 허리를 숙여 그것을 입에 물었다.

 

“후딱 빨고 들어가자, 멍청한 천사 새끼야.”

 

카스티엘의 입에 담배를 물려준 후 딘이 그의 다리를 툭 치며 말했다. 카스티엘은 고개를 끄덕인다.

 

 

 

 

 

 

 

 

 

아버지가 그에게 집어 던진 것 중에 가장 쓸모 있는 것은 라이터와 라디오였다. 그래서 라디오는 늘 제정신이 아니었다. 꽥꽥거리며 제멋대로 소리를 내곤 한다. 그에 비해 책들은 절대 아버지의 손을 떠난 적이 없었다. 카스티엘이 아홉 살에 대형서점에서 훔쳐냈던 것을 제외하면. 그땐 조용히 돌려놨다고 생각했지만, 아버지는 금새 알아채고 단어 그대로 미친 사람처럼 카스티엘을 때렸다. (아버지는 정말 미쳐있는 게 아닐까?) 어쩌면 카스티엘은 자신의 우울함이 아버지에게 비롯되었을 수도 있다고 믿는다. 아버지는 알아채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 이유가 어찌 되었든 카스티엘은 맞을 수밖에 없다. 폭력이라고 인식하기엔 늦어 버린 것들은, 카스티엘에게 너무 이르게 찾아왔다. 이젠 그에게 찾아온 것들을 사용할 차례이다.

 

라이터에서 켜진 불은 삽시간에 교회 전체로 번지고 카스티엘은 그것을 들여다본다. 남은 것은 라디오와 무너진 책더미인데, 딘을 생각하면 카스티엘은 조금 망설여졌으나/이제는 그가 내면의 어떤 원동력으로 지내는 것처럼 느껴져 온다. 오히려 그를 생각하면 발걸음이 빨라져 삽시간에 교회 첨탑 가까이로 올라오게 되는 것을 사랑이라고 부를 수만 있다면, 새빨간 색의 책은 남겨놓았다. 이제는 주님의 천사가 될 차례이다. 그것만이 남았다.

 

카스티엘의 아홉 살 생일에 선물로 받은 것은 그가 부모로부터 늘 받았어야했음에도, 한 번도 얻지 못한 것이 분명했다. 그의 늙은 아버지는 잠자리에 들기 전 좋은 꿈을 빌어주며 카스티엘의 여린 볼을 어루만져 주는 대신 주님에 뜻에 제대로 따르지 못했다며 늘 주먹질을 해대기 일쑤였으므로. 상처를 어루만지며 자야만 했던 카스티엘에게 이야기 속에서만 나오는 줄 알았던 것은, 말랑하게 닿는 입술에서 현실로 찾아왔다. 살짝 떨어지는 따뜻함이 아쉬워서 카스티엘은 이 또한 이야기 속에서 찾아내 보려 했으나, 그의 음울함으론 딘에게서 피어나는 감정을 표현해낼 수 있는 말이 없어 그만두기로 마음먹었다.

그를 원하는 마음은 표현할 수 있어도, 빨강색의 따뜻한 감정은 어떤 언어로도, 천년이 훌쩍 지나도, 이야기로 표현하지 못함에. 그저 이끌려지면서도 맞닿지 못하는 것이 슬플 따름이라고 카스티엘은 생각했다. 카스티엘은 이 감정을 확신했으나, 딘에게 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에게 무언가를 뺏고 싶지도 않았으므로, 카스티엘은 이야기를 좀 더 들려주는 것으로 딘이 그의 존재를 인정해주길 간절히/그것밖엔 할 수 있는 것이 없으므로/바랬다.

 

카스티엘이 죽고 싶어 한 때가 정확히 언제부터인진 알 수 없으나 적어도 그들이 아홉 살 즈음 만났을 때 이전이라는 것을 딘은 의심하지 않았다. 학교가 끝나고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심지어 비가 왔을 때조차!) 카스티엘을 집에 데려올 때 마다, 그는 호수를 깊이 바라보곤 했다. 딘도 같이 쳐다보았으나, 호수는 깊고 깊어 눈이 아플 만큼 들여다봐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누군가 그 밑에 아주 중요한 것을 잃어버려도 찾을 수 없을 만큼. 그의 행동에 딘은 깊게 의미를 두지 않았고, 샘은 알았을 테지만 대놓고 드러내지는 않았다.

 

“거기에 뭐가 있어. 캐스?”

딘은 결국 참지 못하고 물었다.

“아니, 아무것도...”

카스티엘이 음울하게 대답했다.

 

그렇다고 하기엔 열아홉이 될 무렵까지도, 카스티엘은 늘 그 아래를 빤히 내려다보곤 했다. 마치 그 아래에 자신의 상태를 해결해줄 해답이 있는 것처럼. 딘은 자기가 그 답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게 어렵다면 어떤 힌트라도 되거나. 그러나 카스티엘의 이야기에 어떤 말을 덧붙여야 할지 몰랐기에, 딘이 할 수 있는 거라곤 카스티엘이 어떤 미친 짓을 벌이는지 다 지난 후에서야 지켜보는 것뿐이었다. 카스티엘이 병원에서 난동을 부리거나, 교회 첨탑을 붙잡고 뛰어내리려고 시도를 했다는 것도 전부 다 지나고 나서야 알았다.

 

“너 씨발 존나 미쳤어? 어? 죽고 싶어? 그렇게 뒈지고 싶어 개새끼야?”

“......”

 

딘은 소리쳤다. 아홉 살의 딘은 분명 카스티엘을 부여잡고 온몸으로 위로했겠지만 십 년이 지나도록 계속되는 행위에 솔직히 말하자면 열아홉의 딘은 지쳐있었다. 새되게 소리치고, 카스티엘의 멱살을 잡아채 마구 흔들어대고 카스티엘이 뭐라 웅얼거려도 침을 튀겨가며 그의 어떠한 문제(정말 카스티엘 만의 문제일까?)를 말했다. 대답 없는 질책. 어렸을 때 카스티엘의 대답은 흐느낌이었다. 나중에 가서는 울지도 않고 그를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았는데, 그게 딘을 돌아버리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였다. 아버지와 같은 행동을 하고 싶진 않았음에도/카스티엘이 그렇게 만든다고 여긴 것/결국 딘도 별다른 것 없는 인간이라면? 단순하지만, 딘은 카스티엘이 그의 가족과 웃으며 있는걸 단 한 번이라도 보길 원했다. 그가 행복하길 원하냐고 묻는 것엔 쉽사리 대답할 수가 없었는데, 정말 그런 것인지 혹은 딘 자신이 카스티엘의 웃음을 보고 행복해지고 싶은 것인지는 잘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좋겠다. 너네 아버지는 학교로 매일 데리러 오잖아. 우리 아버지는 매일 혼내기만 하는데.”/“그런가?”

 

어렸을 적의, 딘이 부러운 듯이 말했고 카스티엘은 고개를 기울이며 대답했다. 나라면 정말 좋을 거 같은데. 좀 웃어줘 봐. 딘이 손으로 입을 꾹꾹 누른 뒤에 킬킬대며 말했다. 딘이 카스티엘의 볼 위에서 양 손가락으로 카스티엘의 입꼬리를 늘려댔는데, 그건 행복에서 비롯된 웃음이라기보단 굳어버린 미소와 흡사했다. 손가락을 뗐을 땐 카스티엘의 창백한 피부가 빨갛게 눌려있었다. 딘은 저 멀리서부터 걸어오는 그의 가족들이 카스티엘과 함께 떠나는 것을 보며 손을 몇 번 흔들어주다 움켜쥐고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카스티엘은 지금 딘의 옆에 누워있다. 이야기 속 한가운데. 천국으로, 혹은 그 아래로. 아니면 그 어디든 간에. 카스티엘은 여전히 '아무것도'라고 대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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