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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먼 옛날, 어느 숲속 작은 집에 윈체스터 형제들이 살고 있었어요. 작은 형의 이름은 딘, 큰 동생의 이름은 샘이었어요. 두 사람은 숲속을 다니며 마을 사람들을 해칠 수도 있는 위험한 짐승들을 사냥했답니다. 사냥은 때로 무섭고 힘들었지만 형제는 아버지와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일을 계속했어요.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두 사람이 어떤 일을 하는지 잘 몰랐답니다. 짐승을 잡기 위한 칼은 너무나 날카로워서 보기만 해도 ‘세상에, 어쩜 저렇게 날카로운 칼이 다 있담!’하고 도망갈 정도였거든요. 항상 가슴을 빳빳하게 펴고 거드름을 피우며 걷는 촌장도 딘의 옷에 묻은 짐승의 피를 보고는 그만 꽁무니가 빠져라 도망쳤지 뭐에요? 부끄럽게도 촌장은 오해를 푸는 대신 마을 사람들에게 윈체스터 형제가 얼마나 흉악한 사람인지 거짓말을 하고 다녔답니다.
“애그머니나!”
“어쩜 그럴 수가!”
사람들은 그만 반푼이만도 못한 촌장의 말을 믿고 말았어요. 왜냐하면 마을 사람들은 윈체스터가 사냥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을 뿐 그들이 뭘 사냥하는지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거든요! 샘과 딘은 워낙 뛰어난 사냥꾼이라 마을 근처를 어슬렁거리는 짐승들은 마을 사람을 해치기도 전에 목이 뎅강 날려버리곤 했답니다. 바보 같은 마을 사람들은 그 사실을 알지 못했어요.
결국 마을 사람들은 윈체스터 형제를 업신여기기 시작했습니다. 뾰족한 칼이 무서워 아무도 말을 하진 못했지만요.
그렇게 한 달, 두 달, 시간이 흘러 어느새 일 년 이 년이 지났어요. 그러던 어느 여름, 마을에는 심각한 가뭄이 찾아왔습니다.
“이를 어쩌면 좋지요.”
누군가 마을 사람이 말했어요.
“큰일이에요. 이대로 비가 오지 않는다면 마을에 먹을 것이 다 사라져버릴 거에요.”
다른 마을 사람이 말했어요.
마을 사람들은 머리를 모으고 어떻게 하면 비가 오게 할지를 고민했어요.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누군가 의견을 냈습니다.
“해님께 비를 내려달라고 빌어봅시다!”
“좋아요! 하지만 어떻게요?”
마을 사람들은 다시 고민에 빠졌어요. 한참 뒤에 어떤 사람이 말했어요.
“제물을 바칩시다!”
“좋아요!”
“누구를요?”
“저 사람을요!”
사람들이 제물을 바치자고 한 사람을 쳐다봤어요. 깜짝 놀란 마을 사람은 고개를 마구 저었어요.
“나를 바쳐도 해님은 좋아하시지 않을 거에요! 나를 봐요, 나이가 너무 많잖아요.”
“그럼 누굴 바치지?”
“어린 사람이 좋겠어요!”
“촌장의 딸은 어때요? 어리고 예쁘잖아요!”
수군대는 마을 사람들을 향해 촌장의 딸이 소리쳤어요.
“난 안 돼요! 얼마 전에 무좀이 생겼단 말이에요!”
“그럼 안 되는 거예요?”
“안 돼요.”
“그럼 방앗간 막내아들은 어때요?”
“나도 안 돼요, 처녀가 아니거든요!”
마을 사람들은 한참을 떠들었지만 해님이 만족할만한 제물을 찾지 못했어요. 지쳐버린 대장장이가 말했어요.
“제물은 나중에 정해요. 해님이 제물을 원하는지 아닌지도 모르잖아요.”
“대장장이 말이 맞아요.”
“제물을 바치기 전에 해님에게 비를 내려달라고 부탁 먼저 해봅시다.”
“그래요 좋아요.”
“좋은 생각이에요.”
“그럼 누가 해님을 찾아가죠?”
마을 사람들은 모두 입을 다물었어요. 마을에 사는 그 누구도 마을 밖으로 나가본 적이 없었거든요. 하지만 사악한 생각은 어떤 치사한 틈새로도 싹트는 법. 누군가 슬그머니 의견을 냈어요.
“윈체스터 형제들을 보내면 어떨까요? 그 녀석들은 예전부터 마을을 지킨다고 잘난 체 했는 걸요!”
“그래요. 그 녀석들을 보냅시다!”
마을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가 윈체스터의 오두막 문을 두드렸어요. 해님을 찾아가 달라는 마을 사람들의 말에 딘이 버럭 화를 냈어요.
“왜 우리가 해를 찾아 가야 하는데?”
“넌 언제나 네가 우리를 지키는 거라고 잘난 체 했잖아. 말만 하지 말고 태양을 만나러 가줘.”
“난 오늘 아침에도 너희를 잡아먹으려던 웬디고를 잡았어.”
“우린 웬디고가 뭔지 몰라.”
펄쩍펄쩍 뛰며 화를 내려는 딘을 샘이 옆에서 붙잡았어요.
“우리한테 원하는 게 뭐에요?”
사람들 사이에 숨은 누군가가 대답했어요.
“해님을 만나서 비를 내려달라고 해줘.”
“우리가 마을을 떠나도 괜찮은가요?”
“괜찮아.”
“정말요?”
“물론이지.”
샘은 사람들에게 몇 번이고 다시 물었지만 마을 사람들은 괜찮다는 대답만 반복했어요. 샘과 딘은 결국 해님을 찾아 길을 떠났습니다.
샘과 딘은 씩씩하게 길을 나섰지만 어떻게 해야 해님을 만날 수 있는지를 몰랐어요.
“어디로 가야 해님을 만날 수 있을까?”
“나도 몰라. 바보야. 그러니까 왜 이런 일은 한다고 해서!”
딘은 신경질을 냈지만 샘은 딘에게 화내지 않았어요. 샘은 나무 위를 깡충깡충 뛰어가는 다람쥐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다람쥐야, 해님을 만나려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아니?”
“애그머니나 어쩜 이렇게 둘 다 크담!”
깜짝 놀란 다람쥐는 그만 들고 있던 도토리를 떨어트리고 말았어요. 다람쥐는 나무 사이로 도망치며 소리쳤어요.
“난 아무것도 몰라요! 하늘을 나는 까마귀에게 물어보세요!”
두 사람은 다람쥐가 떨어트린 도토리를 주워들고 다시 길을 떠났어요. 윈체스터 형제는 산을 두 개나 넘어서야 까마귀를 만날 수 있었답니다.
“까마귀야!”
“누가 날 부르는 거니?”
“우리야, 우리는 윈체스터 형제란다.”
“네가 형이니?”
까마귀가 샘에게 물었어요.
“아니야 내가 형이야!”
딘이 대답했어요.
“작은 형, 큰 동생. 그래. 무슨 일로 나를 찾아왔니?”
까마귀가 물었어요.
“우리는 태양을 만나고 싶어. 우리에게 길을 알려주겠니?”
“나는 태양이 어디 있는지 몰라. 하지만 점쟁이라면 알지도 모르지.”
“점쟁이는 어디에 있는데?”
“여기서부터 강을 세 번 건너면 된단다.”
대답해준 까마귀는 하늘로 푸드덕 날아갔어요. 까마귀의 깃털을 주워 주머니에 넣은 형제는 마술사를 찾아 다시 길을 떠났답니다.
강을 세 번 건넌 형제는 점쟁이를 만날 수 있었어요.
“태양이 어디에 있는지 점을 쳐줄 수 있지만 내 눈이 보이지 않아서 점괘를 읽을 수가 없구나.”
“그럼 내 눈을 줄게요.”
딘은 얼른 자기 눈을 점쟁이에게 줬어요.
“무슨 짓이야!”
샘이 소리쳤지만 딘은 듣지 못한 체 했어요. 눈을 받은 점쟁이는 딘이 눈을 돌려달라고 할까 봐 얼른 점을 봤답니다.
“해가 뜨는 방향으로 산을 두 번 넘고 강을 세 번 넘으면 돼요.”
형제는 다시 길을 떠났지만 샘은 행복하지 않았답니다.
“왜 형 눈을 줘버린 거야?”
샘이 물었어요.
“고마움의 표시로는 내 눈이 더 낫잖아. 예쁘니까.”
딘이 대답했지만 샘은 딘의 대답을 믿지 않았어요.
“거짓말.”
“맞아 거짓말이야. 네 눈을 가지고 있는 게 우리한테 더 좋으니까 내 눈을 준거야.”
“형은 거짓말쟁이야.”
“정말이야. 네 눈이 더 잘 보이잖아. 더 높이 달려있고.”
샘은 마음이 아팠지만 딘에게 화를 낼 수도 없었어요. 두 사람은 손을 꼭 잡고 두 개의 산과 세 개의 강을 건넜답니다. 형제는 강 너머에서 비단 짜는 노인과 만났습니다.
“왜 울고 있나요?”
샘이 울고 있는 노인에게 물었어요. 노인이 수북이 쌓인 장미 덩굴을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왕님이 이걸로 멋진 비단을 만들어 오지 않으면 내 목을 잘라버리겠대요.”
“이런, 그렇게 되기 전에 우리에게 해님을 만나러 가는 방법을 알려주면 안 될까요?”
“싫어요. 난 어차피 죽을 텐데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람.”
노인은 엉엉 울며 다시 비단을 짜기 시작했답니다.
“그럼 우리가 비단 짜는 걸 도와줄게요. 그럼 말해줄 수 있죠?”
“좋아요.”
그렇게 샘은 눈이 보이지 않는 딘을 대신해 노인이 비단 짜는 것을 도왔습니다. 장미 덩굴로 비단을 짜는 동안 샘은 가시에 몇 번이고 손이 찔렸어요.
“아야!”
“무슨 일이야?!”
장님이 된 딘이 소리쳤어요.
“아무것도 아니야.”
“거짓말.”
샘은 다음부터는 장미 가시가 손가락을 꾹 파고들더라도 소리를 지르지 않았어요. 비단을 다 짜자 샘의 손은 성한 곳 없이 엉망이 되었습니다. 노인이 기뻐하며 말했어요.
“덕분에 살았어! 그런데 미안해서 어쩌지? 사실 난 태양이 어디 있는지 몰라.”
“뭐라고? 이 뻔뻔한 영감탱이! 죽여버릴 거야!”
딘이 지팡이를 험악하게 휘두르자 겁에 질린 노인이 소리쳤어요.
“하지만 태양을 만나게 해 줄 사람은 안단다!”
“그게 누군데요?”
“천사야.”
노인은 형제에게 천사를 불러내는 마법을 알려줬어요. 마법진을 그린 노인이 두 사람에게 말했어요.
“이제 너희가 가진 모든 것을 바치면 된단다.”
윈체스터 형제는 주머니에 넣어뒀던 도토리와 까마귀 깃털을 꺼냈습니다. 가진 게 없으니 태우는 데에도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았어요. 곧 펄럭하고 날개 소리가 들리더니 까만 머리에 파란 눈을 한 천사가 눈앞에 나타났습니다.
“당신은 정말 천사인가요?”
샘이 물었어요.
“그래.”
천사가 대답했어요.
“그럼 우리를 해님에게 데려다줄 수 있나요?”
샘은 천사에게 그들이 왜 해님을 만나야 하는지를 설명했어요. 샘과 딘이 그동안 겪었던 일을 듣자 천사의 차갑던 심장이 찡하고 울렸습니다.
“나도 해님을 못 본 지 너무 오래됐단다. 지금은 어디에 계시는지 몰라.”
“어쩜 이럴 수가. 너 정말 천사 맞아?”
천사는 화내는 딘을 물끄러미 쳐다봤어요.
“해님에게 바로 데려다줄 수는 없지만 너희가 해님을 만날 때까지 곁을 지켜주마.”
천사는 장미 가시에 찔려 피가 철철 흐르는 샘의 손을 치료해주고 딘에게 자기 눈을 하나 줬답니다. 딘은 크게 감동했지만 천사에게 고맙다는 말은 하지 않았어요.
“고마워요. 당신의 이름은 뭔가요?”
샘이 물었어요.
“카스티엘이라고 부르거라.”
천사가 대답했어요.
그렇게 두 사냥꾼과 한 천사는 해님을 찾아 멀고 먼 길을 떠났습니다. 그들은 머리가 세 개 달린 커다란 개에게 쫓기기도 하고 가파른 내리막에서 데굴데굴 구르기도 했어요. 어찌나 힘들고 아프던지! 형제는 서로의 등 뒤에서 어휴! 하고 몰래 큰 한숨을 쉬기도 했어요.
그래도 샘과 딘과 카스티엘은 포기하지 않았답니다. 신발이 여섯 짝씩 닳았을 때쯤, 세 사람은 마침내 마술사의 오두막에 도착했어요.
“에그머니나 어쩜 다들 이렇게 클까!”
세 사람을 본 마술사가 비명을 질렀어요.
“가까이 오지 마세요! 해치지 마세요!”
마술사가 기절이라도 할 것처럼 난리를 피우자 세 사람 중 제일 작은 카스티엘이 앞으로 나섰어요.
“놀라지 말거라. 널 해칠 생각은 없다.”
“세상에나 당신도 생각보다 크군요! 대체 왜 날 찾아온 거죠?”
“우리는 태양을 만나고 싶어요.”
샘이 말했어요.
“어쩜 그런 바보 같은 생각을! 태양은 아무도 만나지 않는다고요!”
“그래? 태양을 만날 방법을 모른다면 널 살려둘 필요가 없지.”
딘의 말에 놀란 마법사는 제자리에서 펄쩍 뛰었어요. 마법사가 어찌나 높이 뛰었는지 마법사의 못생긴 모자가 그만 바람에 날아가버렸답니다.
“아니에요, 사실 알고 있어요. 하지만 아홉 가지 과업을 당신들이 견딜 수 있을까요?”
“여기까지 오는 길은 뭐 꽃밭이었는지 알아? 닥치고 알려주기나 해.”
“닥치면 말을 할 수 없다 딘.”
그렇게 세 사람의 아홉 과업이 시작됐어요.
첫 번째 과업은 노란 눈의 악마였어요. 노란 눈의 악마는 존의 모습을 하고 형제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어요. 딘은 눈물을 흘리며 노란 눈의 악마를 죽였답니다.
두 번째 과업은 트릭스터였어요. 장난꾸러기 신은 샘에게 마법을 걸었습니다. 마법에 갇힌 샘은 딘이 죽고 죽고 또 죽는 모습을 억지로 봐야만 했어요. 기지를 발휘해 마법에서 빠져나온 샘은 뾰족한 말뚝을 트릭스터의 심장에 박아줬답니다.
세 번째 과업은 눈에 보이지 않는 개였어요. 지옥의 파수꾼을 맡고 있는 그 커다란 개는 차라리 보이지 않는 것이 다행일 정도로 흉측하고 지독한 냄새가 났어요. 딘은 하마터면 지옥견에게 갈기갈기 찢겨 개껌이 될 뻔 했습니다. 다행히도 캐스가 흉포한 개를 죽이고 딘을 고쳐줬어요.
네 번째 과업은 릴리스였어요. 그 악마는 형제들과 지저분한 과거가 있었지요. 딘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고 샘은 기다렸다는 듯 금발 악마를 찔러 죽였어요.
다섯 번째 과업은 루시퍼였어요. 태양이 아끼는 떼쟁이 아들은 세계를 멸망시키겠다고 신경질을 부렸어요. 샘과 딘과 캐스는 모두 죽을 뻔 했지만 어떻게든 루시퍼를 무찔렀답니다.
여섯 번째 과업은 리바이어던이었어요.
“얜 이름이 왜 이래?”
딘이 물었어요.
“생긴 거랑 하는 짓도 이상해.”
샘이 말했어요.
“약점이 제일 이상하구나. 칼로도 마법으로도 죽일 수 없지만 세제에는 녹는다니.”
카스티엘이 말했어요.
세 사람은 세제로 리바이어던을 녹여버렸습니다.
일곱 번째 과업인 붉은 머리 악마는 정말인지 끔찍했어요. 붉은 머리 악마는 깔깔 웃으며 몇 번이나 칼을 휘둘렀고 하마터면 샘도 딘도 캐스도 죽을 뻔 했답니다. 딘은 카인이라는 옛날 사람에게 못생긴 칼을 빌려와 간신히 붉은 머리 악마를 죽였어요.
여덟 번째 과업은 죽음이었어요. 세 사람은 죽음을 소환했습니다. 새카만 옷을 입은 죽음이 커다란 낫을 들고 나타났어요.
“당신이 죽음인가요?”
“그렇다.”
“당신은 모든 것을 거둘 수 있나요?”
“물론이지.”
“정말요?”
“정말이라니까.”
“못 믿겠어.”
“정말이라니까! 이름만 대 봐라. 내가 곧바로 거둬줄 테니까.”
“우린 당신을 거두고 싶어요.”
“아 그렇군.”
죽음이 딘의 손에 낫을 쥐여줬어요.
“그걸로 날 찌르면 된단다.”
“잠깐만요, 우리가 당신을 거둬도 괜찮은 건가요?”
“죽음 또한 죽음으로 돌아갈 뿐이다. 언젠가는 태양도 그렇게 될지니.”
딘은 찝찝해하면서도 죽음의 목을 벴습니다.
아홉 번째 과업은 대천사 미카엘이었어요. 루시퍼의 오만함을 겪어봤던 세 사람이었지만 건방지면서 독하기까지 한 미카엘도 그다지 호감 가는 캐릭터는 아니었어요. 미카엘은 세 사람을 멈추기 위해 죄 없는 사람들을 마구 해쳤고, 결국 루시퍼의 아들에게 생을 마감하게 되었답니다.
* * *
아홉 과업을 마친 세 사람은 기우다 만 걸레짝마냥 만신창이가 되었어요. 그들은 되돌릴 수 없는 많은 것을 잃었답니다.
“아홉 과업을 완수했어요. 이제 태양을 만나게 해주세요.”
다시 마법사를 찾아간 형제가 말하자 마법사가 이상한 표정으로 하하! 웃었어요.
“정말 대단하구나. 좋아, 태양을 만나게 해주마.”
세 사람 앞에서 갑자기 큰 빛이 쿵 하고 터졌습니다.
“내 눈!”
“앞이 안 보여!”
“캐스?!”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태양에게서는 너무나 강렬한 빛이 뿜어져 나왔어요. 샘과 딘은 두 눈이 모두 타버렸고 불쌍한 카스티엘은 한 줌 재가 되어버렸답니다.
“당신이 태양이었어?”
“이게 도대체 무슨 짓입니까!”
형제는 화를 냈지만 태양은 듣지 않았죠.
“하하! 너희가 약하다는 것을 깜빡했구나. 잠시만 기다리렴.”
태양은 손가락을 튕겼어요. 강렬한 빛이 사라지고 샘의 두 눈과 딘의 원래 두 눈, 그리고 카스티엘까지 모두가 제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딘은 펄펄 뛰며 화를 냈어요.
“여태까지 우리를 가지고 논 거야?”
“가지고 논 것이 아니라 시험한 거란다. 너희가 주인공이 될 자격이 있나 보려고 말이야.”
형제와 천사는 기분이 더러웠어요. 샘이 태양에게 물었습니다.
“당신이 태양이라면 하늘에 떠 있는 저건 뭐죠?”
“그건 내 복제품 중 하나에 불과해. 이 태양계에 빛과 열을 공급하는 역할을 맡고 있단다. 그걸 물어보려고 나를 만나자고 한 거니?”
“우리 마을에 비를 내려주세요.”
“안타깝구나. 비는 오래전에 내렸단다.”
“뭐요?”
“너희가 마을을 떠난 후 긴 시간이 흘렀단다. 그 해는 가뭄이 들었지만 다음 해에는 풍작이었지. 그 뒤로도 비가 안 오거나 적당히 오거나 너무 오거나 하는 일들은 반복됐다. 내가 간섭하지 않아도 말이야.”
“당신이 비를 내리는 게 아닌가요?”
“나는 세상일에 일일이 간섭하지 않아.”
샘과 딘과 카스티엘은 이루 말로 할 수 없이 허무했어요. 고개를 휘휘 저은 샘이 말했습니다.
“그래도 상관없어요. 마을에 필요한 만큼 비를 내려주세요.”
“그렇다면 비를 한 방울도 내릴 필요가 없는걸?”
“네?”
“너희의 마을은 몬스터에 당해 사라진 지 오래란다. 이제는 아무도 살지 않는 폐허가 됐지.”
“그럼 당신은 그걸 다 지켜보고 있었으면서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는 거야? 마을 사람들이 죽고 우리가 헛수고하는 동안?”
“몇 번을 말해야 알겠니. 나는 세상일에 일일이 간섭하지 않는단다. 그리고 너희가 한 일은 헛수고가 아니었어. 나에게 너흴 증명하는 과정이었지.”
“우리가 당신한테 증명을 했다고요? 대체 뭘요?”
“너희가 내가 만든 이야기의 주인공임을 증명했지.”
샘과 딘과 카스티엘은 속이 부글부글 끓었어요. 셋 중에 하나만 주전자였더라도 삐익 하고 뜨거운 김이 터지는 소리가 날 정도였답니다. 하지만 태양은 세 사람의 분노를 무시했어요.
“이야기의 주인공들이 마침내 태양을 만났으니 이제는 소원을 빌 차례구나. 아직 소원 하나를 들어줄지 세 개를 들어줄지 정하지 못했는데 너희 생각에는 어느 쪽이 더 극적인 것 같니?”
태양은 세 사람을 무시하고 또다시 자기만의 세계에 빠졌어요. 샘과 딘이 죽음의 낫을 꼬나쥐는 동안 카스티엘이 말했습니다.
“위대한 태양이시여, 엿이나 까 잡수소서.”
인간 사냥꾼들은 태양의 목을 댕강 잘라버렸습니다. 그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 자리를 떠났어요. 샘과 딘과 카스티엘이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동안 태양의 머리는 내리막길을 데굴데굴 굴러 구정물이 고여있는 진창에 처박혔습니다. 그 모습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본 사람은 지나가던 수퍼내추럴 팬이었어요.
“하하! 고것 참 쌤통이다!”
수퍼내추럴 팬은 한참을 깔깔대며 웃었답니다.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