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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O>

- He adopted two boys, and they grew up heroes -

 NON

 

 내가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별거 아니었다.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별거 아니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헌터 중에 나 같은 사람이 한둘이겠냐는 말이다. 그 존 윈체스터만 해도 그렇지 않은가. 어쨌든 처음엔 단지 복수를 하고 싶었을 뿐이었고 그다음엔 그저 살고 싶었을 뿐이었다. 이 세계를 알고 나서 살기 위해서는 일을 계속해야만 했다. 살기 위해서는 그만둔다는 선택지 따위는 주어지지도 않았다.

 그렇게 몇 년 동안 루퍼스와 함께 다니며 헌팅을 배웠고 그 일을 꽤 잘하게 됐을 때쯤 다시 살던 곳으로 돌아와 정착했다. 정착하고 나서는 보통 혼자 가까운 곳에서 사냥할 거리 찾았지만, 헌팅을 다니며 알게 된 다른 헌터들이 도움을 청하면 바로 달려가 도와주기도 했다. 그렇게 몇 년을 살았고 ‘바비 싱어’라는 이름이 헌터들 사이에서 나오는 게 어색하지 않게 됐을 때쯤 존 윈체스터를 만났다.

 그해 8월은 내가 겪었던 그 여느 여름보다도 더 더웠고 존을 만난 건 그해 8월 중 가장 시원한 날이었다. 정비소 일을 겸하고 있던 나는 우리 부부와 친했던 윌의 차를 손봐주고 있었다. 그날도 여느 때와 같이 더웠기고 땀에 젖은 셔츠에 기름때까지 여기저기 묻자 짜증이 치밀어 올라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바비, 그렇게 더우면 들어가서 잠깐 쉬지 그래? 내 차 고치는 거 정도는 좀 쉬엄쉬엄해도 되니까!”

 이런 날씨에도 쾌활한 윌을 보자 더 짜증이 나는 것 같았지만 겉으로 내색하지 않고 들고 있던 수건에 손을 한번 슥 닦고 집으로 들어갔다. 냉장고에서 맥주 세 병을 꺼내서 한 병은 윌에게 건네고 한 병을 그 자리에서 비우고 남은 한 병을 들고 소파에 앉아 티비를 켰다. 별 의미 없는 광고들과 뉴스를 보며 윌은 사회의 부조리와 국가의 역할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그런 윌에게 대충 맞장구나 쳐주며 맥주만 홀짝거렸다. 얼굴이 벌게질 때까지 말을 쏟아내던 윌은 어느 정도 지나자 만족했는지 넌지시 안부를 물어왔다.

 “요즘 좀 어때? 한동안 코빼기도 안 보이더니 여행이라도 다녀온 건가? 혼자 다녀온 거야?”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물어봤지만 뭘 묻고 싶은지 모를 리가 없었다. 카렌이 어떻게 됐는지 묻고 싶은 거겠지. 물론 아내를 잃은 친구의 안부를 묻고 싶었던 것일 수도 있겠지만 더워서 그런지 말이 꼬여서 들렸다.

 “어떻냐니 좋을 리가 있겠어? 그리고 내가 혼자 가는 게 아니면 누구랑 가겠어?”

 생각보다 거칠게 나간 말에 아차 싶어, 괜히 덜걱거리며 시원찮게 돌아가는 선풍기 탓에 더 더운 것 같다며 궁시렁거렸다. 윌도 민망했는지 티비에서 떠들어대는 연쇄살인범으로 주제를 돌렸다.

 “세상이 어떻게 되려는지, 한 달 만에 여섯이나 죽었는데 아직도 범인을 못 잡았다니… 바로 옆 동네에서 일어난 일인데 이거 불안해서 발 뻗고 잘 수가 없다니까.”

 윌이 혀를 차며 하는 말에 아까보다 부드러워진 말투로 대꾸했다.

 “뭐 경찰은 알아낸 게 아무것도 없나? 한 달이나 되었다면서. 그럼 뭐가 나와도 나왔겠지.”

 “그게 쉽지가 않은가 봐. 지문이고 뭐고 아무것도 남지 않은 데다가 피해자들끼리 연관성도 전혀 없어서 어떤 이유로 죽였는지도 명확하지 않다는군. 단순 강도라기에는 지갑 대신 심장을 훔쳐 가는 강도가 세상 어디에 있겠어? 세기의 사랑꾼이 아니고서야 말이야. 하하하!”

저 혼자만 재밌는 농담을 뱉어놓고 신나게 웃는 윌을 향해 성의 없이 웃는 척을 해주고 되물었다.

 “심장이라고?”

 “어… 피해자들이 하나같이 심장이 없어진 채로 발견됐대. 피해자들끼리 공통점이 없었는데도 경찰이 연쇄살인으로 판단한 이유가 없어진 심장 때문이라더군.”

 내 어색한 웃음에 약간 민망해하며 답을 해준 윌이 슬슬 돌아가 봐야겠다며 마저 차를 손봐줄 수 있겠느냐고 물어왔다. 그러마 하고 대답하고 나와서 차 수리를 마무리하는 내내 옆 동네에 활개 치고 다닌다는 연쇄살인범에 대해 생각했다.

 ‘심장이 없어진 거라면 늑대인간이겠지. 의도적으로 사람들을 죽인 건 아닐 거야. 통제할 수 없거나 본인이 늑대인간인지 모를 수도 있어. 사냥당하고 싶어 안달 난 미친 늑대인간이 아니고서야 이렇게 짧은 기간에 이렇게 티 나게 많은 사람을 해쳤을 리가 없지. 아마 그 동네에 심장이 없어진 건 사람뿐만이 아닐 거야. 떠돌이 개나 길고양이도 심장이 뜯겨서 죽었을 거다. 사람이 아니니 뉴스에 보도되거나 하지는 않았겠지. 물론 더 정확한 건 직접 가서 봐야 알 수 있겠지만.’

 여기까지 생각을 마친 나는 윌을 불러 수리가 끝난 차를 보여주고 급하게 그를 보냈다. 마지막으로 본 윌의 표정이 상당히 좋지 않았으니 아마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당장 나는 옆 동네에 사는 늑대인간을 찾으러 가야 했으므로 그에게 신경 쓸 시간 따위는 없었다.

 다음날 날이 밝자마자 내 고물차 중 한 대를 타고 출발했다. 이른 아침치고도 날이 덥지 않아 창을 열고 달리자 금세 시원해졌다. 그렇게 달리다 보니 얼마 안 가 금방 마을에 도착했고 차를 몰고 마을을 한 바퀴 돌고 있다 보니 사람들이 소란스럽게 모여있는 걸 발견했다. 길 한쪽에 차를 세워놓고 사람들 쪽으로 다가갔다. 폴리스라인이 쳐져 있는 것을 보니 피해자가 또 나온 듯싶었다. 평소 같았으면 이미 FBI 행세를 해서 폴리스라인을 넘어 시체와 현장을 살폈겠지만 바로 옆 동네에 살고 있었으므로 어쭙잖은 거짓말을 할 순 없었다.

 그때, 내 바로 뒤쪽에서 자신을 ‘클리프 윌리엄스’라고 소개한 FBI 요원이 나타났다. 평범한 요원일 리가 없다. 헌터라고 백 퍼센트 확신할 수 있었다. 그렇게 생각한 건 싸구려 정장이나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듯한 수염, FBI라면 절대 타지 않을 멋들어진 임팔라 때문만은 아니었다. 물론 성의 없는 가명 때문도 아니었다.  –클리프 윌리엄스라니…– 그냥 감이었다. 헌팅을 꽤 오래 하며 생긴 감.

 그 감을 따라 현장을 다 살펴보고 나온 ‘클리프 윌리엄스’의 뒤를 쫓아가 말을 붙였다.

 “이름이 뭡니까?”

 “클리프 윌리엄스입니다. …사건 때문에 바빠서 괜찮으시다면 실례하겠습니다.”

 서릿발 같은 태도에 저치 때문에 날씨가 시원한가 하는 실없는 생각이나 하는 사이에 벌써 저만치 가버린 ‘윌리엄스’를 쫓아가 당신이 쫓고 있는 게 늑대인간인 것을 안다며 같이 일하는 것이 어떻겠냐 물었다. 나도 헌터라는 말에 잠깐 망설이는 듯싶더니 곧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클리프 윌리엄스’는 자신을 존 윈체스터라고 소개했다.

 우리는 곧 존이 묵고 있던 모텔로 갔고 나는 모텔 방 안 여기저기에 붙어있는 사진과 자료에 약간 놀랐다. 늑대인간과는 관련 없어 보이는 자료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약간은 집착적으로까지 보이는 방대한 자료에 약간 질려버렸지만 헌터 중에 그런 이가 드문 것도 아니라 곧 신경을 껐다.

 모텔 방안에서 우리는 뉴스에서 보도되던 정보들과 존이 현장에서 본 것들을 다시 살펴보았고 의심할 여지 없이 늑대인간의 소행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 늑대인간이 어디에 사는지 추적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고 우리는 더 지체할 것 없이 바로 그날 밤에 처리하기로 했다.

 범인은 벤이라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아마 그는 자기가 늑대인간이라는 사실도 모르는 듯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피해자를 더 늘릴 수 없었고 늑대인간은 치료법도 없었으니까. 다행히 그의 집은 외진 곳에 있었고 우리는 밤에 그의 집 앞에 차를 세워두고 늑대로 변한 그가 나오길 기다렸다. 오가는 말 없이 조용했고 풀벌레 소리와 간간이 부는 바람 소리뿐이었다. 약간은 불편한 듯한 정적이 이어졌고 슬슬 풀벌레 소리가 지겨워질 때 즈음 집 안에서 큰 소리가 났다.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차에서 뛰쳐나가 집 문을 박차고 들어갔다.

 늑대 한 마리가 발에 쇠고랑을 찬 채 날뛰고 있었고 그 옆엔 웬 여자 한 명이 그 늑대를 보며 어쩔 줄 모른 채 서 있었다. 그는 갑자기 쳐들어온 우리를 보고 크게 놀라 넘어졌고 우리도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했지만 일단 그를 보호하는 게 먼저라 생각해, 그를 향해 소리쳤다.

 “위험하니 이쪽으로 오세요!”

 내가 외치는 소리에 정신을 차린 듯 우리를 한번 훑어보더니 상황 파악을 마친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당연히 그가 우리 쪽으로 올 거라 생각했다. 존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언제 쇠고랑을 끊고 날뛸지 모르는 늑대인간을 경계하며 그에게 이쪽으로 오라고 눈짓했다. 하지만 우리의 예상과 다르게 늑대인간 쪽으로 다가가 마치 우리가 나쁜 놈들이라도 되는 것처럼 경계하고 늑대인간을 보호하듯이 늑대인간과 우리의 사이를 막아섰다. 그는 변명하듯이 우리에게 외쳤다.

 “벤은 아무것도 몰라요!”

 벤은 자기 자신이 사람을 일곱이나 죽인 괴물이라는 것을 모른다는 말 같았다. 우리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존이 대답했다.

 “알고 있습니다.”

 “알고 있다고요?”

 여자가 희망에 차서 기대하는 얼굴로 되물었다. 우리가 벤을 죽이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그 얼굴에 약간 불편해진 나는 재빨리 다른 질문을 던졌다.

 “당신은 그가 늑대인간인 걸 어떻게 알았습니까?”

 “벤은 제 전남편이에요. …제가 벤을 늑대인간으로 만들었어요. 사고…! 사고였어요! 고의가 아니었다구요. 보름이 되면 보통 혼자 산장에 가서 스스로 가둬놓곤 했는데 딱 한 번 날짜를 착각해서 보름인데도 산장에 가지 않았던 적이 있어요. 그날은 둘 다 일이 늦어져서 각자 밤늦게 퇴근을 하고 있었고 저는 집으로 돌아가던 중에야 그날이 보름인 걸 알아챘지만 이미 그땐 늦었었죠… 전 절 통제할 수 없었고 집으로 들어가려던 벤을 덮쳐서 물어버렸어요. 다행히 벤은 무사했지만, 늑대인간이 됐어요.

벤과 제가 부부였을 때는 제가 밤마다 벤을 묶어놓고 집에 가둬놓을 수 있었어요. 이혼할 무렵에는 많이 안정되어서 밤마다 잘 변하지도 않았고 보름이 되어도 묶어놓으면 많이 날뛰지 않았다구요! 이렇게 사람을 해칠 줄은 몰랐어요! 벤은 정말 아무것도 몰라요!“

 여자의 말을 듣고 난 후 우리가 한 마리의 늑대인간이 아니라 두 마리의 늑대인간을 상대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아까보다 더 경계하며 둘에게 총을 겨눴다. 여자는 우리가 사정을 얘기하면 봐줄 것이라 생각했는지 크게 당황하며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니 믿어달라 외쳤다. 하지만 내가 보고 있는 것은 7명을 죽인 괴물과 그 괴물을 만든 또 다른 괴물이었다. 언제 또 다른 사람을 해칠지 모르니 그냥 둘 수는 없었다. 존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겨눈 총을 내리지 않았다. 여자는 크게 당황하는 듯하더니 주변을 살피듯 눈을 굴렸다. 눈을 굴리던 그는 갑자기 침대 옆 협탁으로 달려갔다. 뭘 하려는지는 몰라도 존은 그가 마음대로 하게 둘 수는 없었는지 바로 그를 향해 총을 쐈다. 어깨에 총을 맞은 그는 그대로 협탁 앞에 엎어졌고 총소리가 울리자 좀 얌전해졌다 싶었던 늑대인간이 전보다 더 날뛰었다. 그를 묶은 쇠고랑이 점점 헐거워지는 게 보였고 저러다 끊기겠다 싶어 나도 더 기다리지 않고 그의 머리에 총알을 박았다. 늑대인간이 울부짖는 소리와 쇠고랑이 철컹거리는 소리로 가득 찼던 방 안이 총소리가 울리자마자 정적으로 가득 찼고 그 정적을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여자가 안 된다며 울부짖었다. 여자는 화가 난 듯 거칠게 협탁 서랍을 열어 총을 꺼내려고 했고 존은 그런 그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그렇게 총 3번의 총성 후에야 사위가 조용해졌다.

 우리는 바로 사체를 챙겨 밖으로 나와 트렁크에 실었고 마을과 멀리 떨어진 공터에서 사체를 태우고 묻었다. 일이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풀려 둘 다 기분이 좋아졌는지 아까보다 몇 마디 더 나누었고 사체가 다 타자마자 헤어져 각자 갈 길을 갔다.

 

◆◇

 그 후 나는 헌팅을 하다 그를 몇 번 더 마주치게 되었고 어느 정도 서로를 신뢰할 수 있게 된 후에는 각자 개인적인 이야기도 꺼내게 되었다. 악마에게 사랑하는 이를 잃은 둘은 나름 잘 맞았다. 그래서 존이 저를 꽤 마음에 들어 했는지 어쨌는지는 몰라도 존이 일을 맡게 되면 종종 아이들을 저에게 맡겼다. 나는 이전까지 아이들과 가까운 삶을 살지는 않았던 터라 처음에는 밥이나 제때 챙겨주고 티비로 만화나 틀어주고 말았지만 첫째 놈이 형이랍시고 동생을 챙기고 돌봐주는 게 점점 눈에 들어왔다. 아마 동정이었을 것이다. 부모의 사랑은커녕 아버지의 다정한 눈길이나 한번 받으면 다행인 어린 샘이나 그런 샘을 챙기고 돌봐주는 마찬가지로 어린 딘이나 모두 안쓰러웠다. 그래서 맛있는 걸 더 챙겨주고 뭐라도 하나씩 쥐여주고 싶었고 그렇게 하자 어린아이들의 애정이 저에게로 향하는 건 금방이었다. 나도 그 애정이 기꺼웠고 나의 동정 또한 빠르게 애정으로 바뀌어갔다.

 존은 쉬지 않고 헌팅을 하러 다녔고 그만큼 내가 아이들을 맡는 일도 잦아졌다. 그리고 또 그만큼 내가 헌팅을 하러 다니는 일을 적어졌다. 동료 헌터들이 나에게 도움을 청해도 아이들을 두고 다른 곳으로 갈 수는 없었다. 불평하는 동료들에게 대신 그만큼 자료를 찾아주고 그들이 곤란할 때 FBI인 척 전화를 받아주며 그렇게 다른 방법으로 그들을 도와주었다. 루퍼스는 그런 나를 보며 네가 보모라도 되냐며 빈정거렸지만, 그가 뭐라 하든 나는 아이들을 돌보는 게 즐거웠다.

 총 대신 공을 쥐여주고 같이 캐치볼이나 하는 게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었다. 아저씨, 아저씨 하며 따르는 딘과 샘을 볼 때마다 애틋해졌다. 이 나이 먹은 독신 아저씨가 내 자식들도 아닌데 주책 부리는 것 같기는 했지만, 아이들을 보면 그런 생각은 금세 사라졌다.

 

◆◇

 무르팍에 겨우 닿던 딘은 쑥쑥 자라 금세 내 허리께까지 자랐다. 존이 키가 크니 딘과 샘도 키가 많이 크겠지 하는 생각을 하며 성장통으로 끙끙대는 딘에게 진통제를 갖다주었다. 진통제를 먹어도 가라앉지 않는 통증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딘과 그런 형을 따라 같이 잠들지 못하는 샘의 옆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별 시답잖은 이야기들이 오갔다. 오늘 먹은 시리얼에서 나온 스티커의 이야기, 사탕 껍질을 깠더니 사탕이 두 개가 들어있었다는 이야기, 티비에서 본 만화 주인공 이야기 따위였다. 정말 흥미라곤 하나도 없는 주제들이었지만 신나서 떠드는 아이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꽤 재밌어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한참을 떠들다 이야깃거리가 떨어졌는지 슬슬 조용해지길래 아이들에게 이제 그만 자러 들어가라고 말하려던 참에 샘이 불쑥 물었다.

 “아빠는 언제 와요?”

 그날은 존이 오기로 한 지 이틀이나 지난 날이었다. 이런 적이 한두 번이 아니긴 했지만 이번엔 유독 속이 상했는지 불퉁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잠시 뭐라 대답해야 할지 말을 골랐지만 내가 입을 떼기도 전에 딘이 먼저 샘에게 대답했다.

 “아빠는 괴물들한테서 사람들을 구하느라 늦으시는 거야.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버리고 그냥 올 수는 없잖아. 그러니까 불평하지 말고 착하게 기다려, 샘!”

 “그럼 아빠는 아까 만화에 나왔던 히어로 같은 거야?”

 “응, 그런 거야.”

 “그럼 바비 아저씨도 아빠 같은 히어로에요? 아빠가 바비 아저씨도 아빠랑 같은 일을 한댔어요.”

 나를 올려다보며 묻는 말에 나는 바로 대답할 수가 없었다. 그런 나를 대신해 딘이 당연한 걸 묻냐며 샘을 타박했다. 싸울 것 같은 모양새가 되자 나는 아이들을 달래서 침실로 데려가 눕히고 방에서 나와 소파에 몸을 묻었다.

 나에게 샘이 히어로냐고 묻던 말을 곱씹고 당연한 거 아니냐 말하던 딘의 얼굴을 곱씹었다. 아이들이 했던 말과 그 말을 하던 아이들의 얼굴을 떠올릴 때마다 나는 존과 함께 죽였던 벤과 이름조차 모르는 여자의 얼굴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그날은 조금 괴로워진 채로 잠자리에 들었다.

◆◇

 오랜만에 존과 함께 헌팅을 나갔다. 그리 까다롭지 않아 생각보다 일이 금방 끝났다. 집으로 가는 길에 딘과 샘이 머물고 있는 모텔이 있다고 해서 애들 얼굴이나 볼까 하여 존과 함께 아이들이 있는 모텔로 가고 있었다. 가는 길에 루퍼스에게 우리가 있는 곳 근처에 뱀파이어 무리가 있다는 전화를 받았다. 존과 나는 차를 돌려 루퍼스가 말해준 곳으로 향했다.

 6명쯤 되는 작은 뱀파이어 무리라 그들을 찾아내는 것이 어렵지는 않았지만 뭔가 이상했다. 피를 빨린 피해자라곤 단 두 명뿐이었는데 그 두 명조차도 이 주변에서 유명한 질 나쁜 범죄자들이었다. 그 외에 피가 빨린 것이라곤 토끼나 사슴 같은 동물들뿐이었다. 존은 개의치 않아 보였지만 나는 찝찝한 기분을 떨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중간에 존만 두고 돌아갈 수는 없어 계속 뱀파이어 무리를 추적했고 그들이 근처 숲에 있는 오두막에서 산다는 것을 알아냈다. 낮에 오두막을 몰래 습격하려고 했지만, 우리가 그들을 쫓고 있다는 것을 들켜 실패했다. 그리고 도망가는 뱀파이어들을 쫓아 숲에서 추격전을 벌이게 되었다. 쫓기고 있던 뱀파이어들이 우리를 따돌리려고 무리를 둘로 나눠서 도망치자 존과 나도 둘로 갈라져 그들을 쫓았다.

 무리에서 한 명이 뒤처지자 다른 뱀파이어들도 점점 속도를 늦췄고 그 덕에 나도 금방 따라잡을 수 있었다. 막다른 길로 뱀파이어들을 몰아넣고 대치 상태가 되자 망설여졌다. 내가 망설이는 것을 눈치챘는지 리더같이 보이는 여자가 입을 열었다.

 “우리는 사람을 해치지 않아요. 동물 피만 먹고 살고 있어요. 그래서 숲에서 사는 거에요. 두 명을 죽였던 건 우리 중 한 명이 몸 상태가 좋지 않아서, 인간 피를 먹을 수밖에 없어서 그랬어요! 그리고 그 두 명은 정말 쓰레기 같은 놈들이었다고요! 평소엔 절대 인간은 건드리지 않아요. 무리를 더 늘리고 싶은 생각도 없어요… 절대 인간에게 해가 되는 일은 하지 않을 거에요. 당신도 아니까 망설이고 있는 거잖아요. 제발요…”

인간을 해치지 않겠다며 애원하는 여자를 보고 있자니 자꾸 벤을 살려달라며 애원하던 그 여자의 얼굴이 겹쳐져 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존을 히어로라고 부르던 딘과 나에게 히어로냐고 묻던 샘의 얼굴이 자꾸 떠올라, 도저히 그들을 죽일 수 없었다. 세상의 그 어떤 히어로가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도 않고 동물이나 잡아먹고 사는 이들을 죽인단 말인가. 나는 그들이 도망가도록 길을 터줄 수밖에 없었고 바로 존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고 총을 뱀파이어들에게 겨누고 있는 존에게 달려들어 총을 쏘지 못하게 막았다. 존과 내가 몸싸움을 하는 동안 그들은 빠르게 도망쳤다. 결국 뱀파이어들을 놓치자 존은 크게 화를 냈고 먼저 차를 타고 떠났다. 존 윈체스터는 아들들이 아빠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평생 모를 것이다.

아마 한동안 아이들을 보지 못할 성싶었지만, 아이들이 실망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기에 후회는 없었다. 아이들이 실망하는 것은 3일 뒤에 온다던 아빠가 일주일이 지나도 오지 않을 때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딘과 샘도 언젠간 아빠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는 날이 오겠지만 최대한 그날을 미루고 싶었다. 그리고 그날이 왔을 때 실망의 눈초리가 나에게까지 미치지 않았으면 했다. 마치 자식들을 둔 아버지처럼 생각하는 꼴이 우스워 웃음이 났지만 그런 자신이 퍽 기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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