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밥 싱어에 관한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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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싱어. 완성되지 않은 윈체스터 복음에 빠져서는 안 되는 인물에 대한 추가적인 정보를 여기에 적는다. 안타깝게도 그의 업적은 윈체스터 형제의 일기 외에는 상세히 적히지 않았으나, 보통 싱어가 죽기 전의 사건에 윈체스터 형제나 천사 카스티엘이 주어 없이 '도움을 받아 해결했다'라고 줄이고 넘어간 부분이 있다면 그건 싱어가 도운 것이다.
그는 헌터였지만 학자 못지않은 수준의 넓고 깊은 지식을 가지고 있었으며 헌터들의 조언자인 동시에 나쁜 길로 빠지지 않게 인도하는 등불이었고, 곤경에 빠진 헌터들에게 자료를 찾아주는 것은 물론이며 요청에 따라 FBI 국장이 되거나 CIA 간부가 되어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대부분의 헌터는 작은 팀으로 활동했고, 주기적으로 만나 필요한 정보를 교환했다. 바비는 그런 모임에 자주 나가는 편이 아니었음에도 헌터들의 연락망이었고, 정보원이었다. 사건 해결을 위해 헌터와 지식인, 또는 수집가 사이를 연결해 주기도 했고, 문제가 생기면 자기 일인 것처럼 신경 써 주었다.
한 번은 그런 적도 있었다. 윈체스터 형제에게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면서 숲속의 현자 같은 사람을 소개해주겠다던 2년 차 헌터,(이름을 떠올리려고 했으나 기억나지 않았는지 쉼표가 진했다) 그는 자신만만하게 숲 속에 살지는 않지만 수많은 책 속에 파묻혀 사는 사람이고, 책은 나무로 만드니 숲속에 사는 은둔자라는 말이 맞지 않냐는 말을 해서 딘의 '케첩은 토마토로 만들고 토마토는 채소니까 케첩도 채소라고 할 수 있지' 논리의 끄덕임을 받았다. 아주 가끔, 도움이 필요할 때만 나선다는 그 은둔자는 사우스다코타 수폴스에 살고 있다고 했고, 뭔가 눈치챈 딘은 가는 길에 바비에게 선물할 위스키를 샀다.
헌터나 정보원으로서의 능력을 차지하고서라도 바비는 존경받아 마땅한 어른이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바비가 1차 종말의 순간에 미카엘과 루시퍼의 싸움으로부터 전체의 절반 이상의 인류를 구하기 위해 샘 윈체스터와 딘 윈체스터, 그리고 카스티엘과 함께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그와의 소중한 추억을 여기에 다 옮겨적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샘 윈체스터가 남긴 기록 1권의 22페이지부터 710페이지까지 밥 싱어에 대해 더 자세한 기록이 적혀 있으니 참고 바람.
바비가 가지고 있던 책은 500권에서 600권 사이로, 기부한 일반 서적 외 대부분은 지식의 사람들 벙커에 보관되어 있으니 역시 참고 바람.
(여기서부터 다른 글씨체로 쓰였다)
자동차 정비소는 영웅들을 키워낸 은둔자에게 딱 맞는 장소였다.
물론 그가 7성급 호텔이나 햇볕이 잘 드는 안전한 동네에서 느긋하게 노후를 보낼 자격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그저 바비 (아저씨라고 쓰여진 부분에 가로로 두 줄을 쳐서 지웠다)가 보송보송한 가운을 입고 7성급 호텔에 앉아 한가롭게 오렌지 칵테일이나 빨고 있는 모습이 상상 가지 않아서 그렇다. 그는 항상 바쁘게 뭔가를 찾거나, 책을 읽거나, 술을 마시거나, 헌팅하거나, 아니면 그 모든 걸 다 하고 있었다.
바비는 무언가를 잘 기르는 사람이 아니었다. 누군가 주고 간 허브들은 그의 창가에서 누렇게 말랐고 그가 기르던 개는 평생 배우는 재주라고는 없이 그가 주는 밥을 먹고 해가 잘 드는 자리에 누워있는 게 다였으니까. 그런 사람이 영웅을 키워냈다고 하니 건방지게도 후대에 그 말을 믿지 않고 건방지게 재평가를 내리는 (son of... 까지 썼다가 두 줄을 그어 지운 흔적이 남아있다) 사람들이 있었으나, 엄숙하고 거룩한 천사 카스티엘의 경고로 다들 말귀를 잘 알아듣게 되었다.
카스티엘은 신에 의해 천사로 태어났고, 인간인 샘과 딘의 생물학적 부모는 메리와 존이었는데 왜 바비가 영웅들의 양육자로 불리는지 궁금한 사람들을 위해 짧게 서술하자면, 바비는 샘과 딘이 아주 어렸을 때부터 그 둘을 돌봐주고는 했다. 바비는 그들의 친부인 존을 때때로 미친놈이라고 묘사했으며 최악의 아버지라고 생각했는데, 존을 아동학대로 신고하지 않은 것은 존이 이미 해치운 괴물들의 수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었다. 존은 뛰어난 헌터였고 샘과 딘의 생존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그의 기술을 익힐 필요가 있었으므로, 바비는 존이 자식들의 훈련을 부탁하고 떠날 때면 존이 돌아오기 전까지 (우리를, 이라고 썼다가 지운 흔적이 남아있다) 샘과 딘을 배불리 먹이고, 밤늦게까지 영화를 같이 보다가 늦잠을 재우거나 공놀이를 하고는 했다. 바비 아저씨는 항상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고 그건 절대 모자란 적이 없었다.
모든 헌터가 그랬듯이 바비는 때때로 분노에 무너지고 두려움에 떨거나 유혹에 넘어가고는 했지만, 누군가를 실망하게 한 적은 없었다.
아직도 바비가 왜 훌륭한 양육자로 거론되는지 이해 못 한 새끼가 있다면 주먹을 꽉 쥐고 그 주먹으로 자기 머리를 한 대 세게 치길 바람.
(다음 페이지에 다시 새로운 글씨체가 등장했다.)
천사 카스티엘은 바비의 조상이 태어나기도 전부터 존재했었으므로 바비가 양육했다기에는 어폐가 있으나, 카스티엘 역시 가끔 좋은 술을 들고 바비를 찾아갔다. 그는 술을 취미로 즐기는 인간은 아니었으므로 술의 가격에 상관없이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도움을, 조언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조언해주었으며 아무런 이유 없이 들러도 언제든 소파 한쪽을 내어주고는 했다.
종말의 중심에 있던 샘과 딘, 카스티엘은 주기적으로 바비가 평소 먹는 것보다는 나은 위스키와 함께 아무 이유 없이 그를 보러 오고는 했다. 바비 역시 그들의 이유 없는 방문을 반갑게 생각하며 평소 먹던 것보다 좋은 음식을 나누고 그들이 몇 번이고 봤던 영화를 또 보는 동안 팝콘 몇 봉지를 튀겨 그 옆에 앉고는 했다. 샘의 기록에서 바비가 카스티엘에게 내어준 샷건이 얼마나 쓸모 있었는지에 대해 설명한 부분을 참고로 하여 밥 싱어는 카스티엘이 정신적으로 성장하는데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바를 천사 카스티엘의 이름으로 입증한다.
바비가 완벽한 성인이었냐고 한다면, 인간의 기준으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우선 밝힌다. 그는 아버지를 자기 손으로 죽였었으나 그의 아버지가 악인이었다는 점과 지구상의 많은 인간들이 아버지를 죽이고 싶어 한다는 점, 그리고 그의 영혼이 천국으로 인도받기에 적당히 깨끗했다는 점을 참작해 그의 영혼을 천국에서 관리하기로 했다.
윈체스터 형제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바른길로 이끌러 항상 노력한 사람의 천국이 생각보다 단출하다면 믿겠는가. 실제로 샘과 딘이 바비의 천국을 처음 방문했을 때 바비의 반응은, 딘의 표현을 빌리자면 마치 (이 부분 이후로 수정액으로 지워져 있어 읽을 수 없다). 뭔가를 바라며 끝맺어야 하는 것 같으니 바비가 행복하길 바람.
(여기서부터는 자투리 페이지에 쓰인 글이다.)
자식처럼 키운 샘과 딘, 그리고 늦둥이 자식처럼 키운 카스티엘은 그 무엇보다도 값지고 소중한 존재들이다. 그들을 만나 자잘하거나 큰 사건 사고가 잦았으나 이 녀석들이 잘 자란 것을 보니 이제까지의 개고생이 후회되지 않는다.
멍청이들이 20번은 넘게 봤던 영화를 또 볼 준비가 다 되었다며 재촉하기에 윈체스터 복음에 적힌 밥 싱어에 대한 글을 여기서 마친다.





